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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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도 다 지나가는 마당에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가 요즘같은 때 오히려 코지 미스터리를 가볍게 읽는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떠나면서 이 책을 가방에 담았다. 사실 그동안 읽었던 몇몇 코지 미스터리를 생각하면 조금은 허무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해서 별 기대가 없었고, 이동하면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온전히 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서 그저 가볍게 술렁거리며 읽을 책으로는 제법 안성마춤일꺼라는 얄팍한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둘러 결론을 꺼내보자면 이 책은 기대이상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외국 소설이 아닌 한국소설을 읽는 재미는 정서적인 코드가 맞아서 그런지 훨씬 재미있고 사건의 개연성이 더 의미있게 다가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작가가 드라마 작가에서 첫번째 소설을 쓴 것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드라마같은 구성요소와 반전을 집어넣으려고 한 것이 느껴졌는데 솔직히 아직은 그것이 소설의 득인지 실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재미있게 읽었으니 됐지 뭐.

 

한참전에 책을 읽어놓고 이제야 책느낌을 쓰려고 하니 뭔가 좀 뒤죽박죽 되고 있다. 여섯살 꼬마 시절에 살았던 할머니집에서의 추억과 마을에 얽혀있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연결되며 십오년간 감춰졌던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거침없이 술술 흘러가지만 누구나 흔히 짐작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다임개술'이 여섯살 꼬마의 글이라는 것을 감안해 당연히 '타입캡슐'이라고 떠올려야 함에도 그 의미를 몰라 캐묻고 다녔다는 것만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어쨌거나 그런 소소한 것을 빼고 저 머나먼 두메산골 아홉모랑이 마을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는 할머니를 잠시 보살펴드리라는 특명을 받은 강무순은 온전히 타인의 의지로 시골 할머니집에 남겨지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어 가는데... 그 끝은 조금 씁쓸하다.

 

한 인간의 몹쓸 욕망으로 인해 희생된 소녀, 어린 마음에 드러낸 질투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생겨버리고 그 모든 사건들이 얽히며 한 가정이 무너지고 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어버리고 만 세월이 조금은 허무하게 드러나지만 그 이야기들의 시작점을 떠올리면 자꾸만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럼에도 이 한 권의 소설을 떠올리는 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은 이야기 곳곳에 담겨있는 웃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왠지 언젠가 이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보다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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