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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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좀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 내 기억에는 그것이 아마 학내 총기사건의 시초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 사건의 충격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어떻게 고등학교에서 폭탄까지 터뜨리며 수십명의 친구들을 사살할 수 있었을까.

그 사건에 대한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사실 내 기억에 더 크게 남은 것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영화 '볼링 포 콜롬바인'이다. 그 날, 두 학생은 볼링 수업을 받으러 가기로 했지만 볼링 대신 총을 들고 학교로 갔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해 미국의 총기 정책을 비판하며 그것이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드는 원인제공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였다. 그때만해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총으로 점령하여 세운 폭력의 나라, 임을 재확인하며 미국의 로비스트들에 의해 총기소유와 구입이 더욱 쉽게 정책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지금 다시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단순히 가해자의 가족이 쓴 회고록,처럼 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콜롬바인 총기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명의 엄마가 쓴 글이다. 솔직히 추천인들의 추천사가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자신의 아들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을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가해자 중 한명인 딜런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애써 아들에 대한 변명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들은 자살을 선택하며 그 전에 사람을 죽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이 없었던 것이고, 그때 딜런과 함께 했던 에릭은 폭력을 가하기 위해 총을 들었다고 하는 부분을 읽을때쯤에는 자꾸만 아들인 딜런을 감싸주고 싶어하는엄마의 마음만 읽혀 도무지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사건 몇년 뒤 지하실 테이프라 불리는 두 아이의 총기난사 영상을 보고난 후 그 테이프를 공개하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몇몇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수 클리볼드는 테이프 공개를 반대하는데 '문제를 겪는 다른 아이가 그 동영상을 모델리나 청사진으로 삼아 총기 사건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말한다.(231) 스티븐 킹이 자신의 소설이 폭력의 롤모델이 되었음을 알고 즉시 폐간요청을 했다는 이야기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며, 이러한 것은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보도를 요청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이 책의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 클리볼드가 이 글을 쓴 이유가 단지 아들에 대한 변명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한 불가해한 자살사건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정황이나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코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거나 학대를 해서 그런 폭력적인 아이가 된 것이 아니지만, '좋은 부모라면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 것이라는 말은 그 말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수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다고 하는데(206) 잠을 못 이루거나 투정이 심하고 예민해지는 우울증의 징후를 보이는 열두살짜리 아이들의 행동을 부모나 진료의사조차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는 조사결과는 더욱더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 한다면 이중인격자처럼 행동할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다시 앞의 내용으로 돌아가 수 클리볼드가 왜 아들 딜런의 죽음이 자살인 것임을 강조했으며, 특히 자살이라는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 책을 쓴 이유, 지금도 행동으로 보여주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도울 수 있다면, 세상이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수있다는 것이다"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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