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운 일본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강태웅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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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어갈즈음, 나는 내가 아는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만큼 일본에 대해 아는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일본의 새로운 모습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은 일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초급 입문서 같은,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본알기 다이제스트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어쩌면 내가 그만큼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들어 말하자면, 내가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 고쿠센이라는 드라마였는데 왜 사람들이 여선생님이 하는 말투에 놀라는 것일까,가 궁금했는데 마침 내 주위에는 일본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친구가 있어서 일본사람들은 여성의 언어와 남성의 언어가 다르며 그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여선생님이 간혹 야쿠자들이 쓰는 말을 내뱉기 때문이라며 그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 그러니까 나는 언어를 익히기 전부터 일본의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으며 그건 만화나 노래와 같은 현대의 문화뿐만 아니라 우키요에나 하이쿠의 옛것을 통해서도 일본의 문화 전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실 역사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막부시대 전후에 대해서는 간사이 지역을 여행할 때 나름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를 좀 해서 그런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잘 집약되어 있어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이 책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대부분 책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내게는 이 책의 내용이 그리 놀랍거나 별다를 바 없지만, 그 내용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얄팍하기는 하나 꽤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을 집약시켜놓은 이 책이 가볍고 쉽게 읽힌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에 일본의 도자기에 대한 책을 읽으며 규슈지역의 조선 공방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일본 이름으로 개명하지 않고 조선의 이름,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아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탄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이것 하나를 생각해도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부분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깊이있게 일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에서 언급한 각 분야의 내용을 좀 더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 일본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책은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조금 더 깊이있게 들어가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을 때 이야기는 다른 주제로 넘어가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아닐까 싶어진다.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방면으로 우리의 이웃나라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최근 다른 책을 통해 우연찮게 일본의 '자학사관'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깊이있게 찾아보고 싶은 주제가 바로 '자학사관'이었다. 아마 그 말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르겠는데, 내게는 좀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는 이들에게 자학사관을 가졌다고 비꼬는 일부 일본인들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다.

어쨌거나 '이만큼 가까운' 일본은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무조건 배척하거나, 과거의 일은 그저 모두 잊는 것으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이웃나라이기 보다는 더 친밀하고 보다 더 명확한 역사의 규명과 진실을 밝혀내야하는 영원한 이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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