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포레스트
진 헤글런드 지음, 권진아 옮김 / 펭귄카페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내용을 접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숲으로'라는 목가적인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뭔가 길을 찾을 수 없는 어둠의 숲을 헤매는 느낌인 것도 선뜻 책을 집어들어 읽게 하지는 않았다. 어릴적에 엄청 좋아했던 비밀의 화원 속 대사처럼 '화원으로' 라는 울림이 있은 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리 반기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자꾸만 '숲에서 혼자 사는 법을 배운다'라는 비유가 마음에 남는다. 이런 비유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현실과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져 결국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이야기가 된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삶은 점차 편리해지지만 결국 기계문명의 미래는 멸망으로 그려지는 지구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인투 더 포레스트'는 그리 다른 이야기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의 출발은 확실히 다르다. 자원이 부족해지고 기계문명을 이용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하기 전부터 넬과 에바 가족은 도시를 벗어나 숲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인 아버지는 매일 두시간이 넘는 학교에 가느니 숲에서 자연과 벗하며 배우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에 넬과 에바는 이른바 홈스쿨링을 한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전기가 끊기며 전화도 안되고 점차 휘발유를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즈음 뜻밖의 사고로 아버지마저 돌아가신다. 그리고 그러한 집에 남게 된 자매, 넬과 에바.

한 살 터울이지만 1년에 3일동안은 에바와 동갑이 되는 넬은 에바가 언니이지만 쌍둥이 자매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열여덟과 열일곱의 자매가 현대문명의 이기가 사라져가는 집에서 생존해가는 과정은 단순히 '생존'이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문명'이라는 것과 삶을 이어나가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 준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생존이라는 것은 그냥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표현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솔직히 중반쯤 읽어갈때까지만 해도 미래의 재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그 이상은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두 자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는 듯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숲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가 아니다. 동생 넬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위대한 자연앞에서 인간의 문화와 역사는 보잘것없는 존재일뿐임을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에 넬이 자신들을 위한 책 세권을 고를 때 넬 자신을 위해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백과사전의 색인목록을 집어들었을 때는 뭔가 전율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세상에 대한 관점이 뒤바뀌면서 이제부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듯한 생각에 빠져들며 이들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구나, 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책의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확인하지 말고 '인투 더 포레스트'라는 말 그대로 그냥 그 안으로 빠져들어가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인간이란 게 그저 세상을 거덜내는 욕구의 덩어리 같다. 그러니 전쟁 이 존재하는 것도, 땅과 물과 공기가 오영되는것도 당연하다. 때로는 우리 욕망들을 다 정지 시킬 수 있다면, 물과 집과 이 모든 음식에 대한 욕구를 벗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고민해야하나? 그게 무슨 소용이 있길래? 그래봤자 조금 더 숨 쉬며 살 뿐인데."(239)

이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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