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아이들
티 선생님 지음, 설혜원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이쁘고 귀여운 책을 읽었다. 책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순수하고 이뻐서 한동안 이 아이들의 모습에 빠져들어버렸다. 원래 아이들은 순수하고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행동을 해 우리를 더 놀라게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유치원 선생님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에 혼잣말을 하듯이 간단히 기록한 글을 다듬어 펴낸 것이다. 트위터에 올려진 글이 이미 엄청난 공감을 얻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 글이라고 하니 이 책 안에 담긴 내용이 좋을 것임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내가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에피소드는 그것이었다. 종이검을 만들어 자랑하는 아이에게 누구를 무찌를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질문이 잘못됐다며 '누구를 지킬 것이냐'고 물어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

마음 한켠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와 폭력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폭력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여섯살의 꼬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 선생님의 글인데다가 어딘지 모르게 일본스럽다,라는 느낌이 드는 짤막한 글들이지만 쉽게 책장을 넘겨버리지 못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선생님을 위하는 마음이 때로는 어른스럽고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랑받고 싶어하고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하는 어린 꼬마들의 마음이 그대로 보여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이야기가 마음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어린 친구의 셈하기. 도넛 두개를 갖고 있는데 하나를 먹어버리면 몇개가 남느냐는 질문에 꼬마의 대답은 0개. 하나는 자신이 먹고 또 하나는 친구를 줘야하는데 그러면 남는 도넛은 0개라는 것이다. 이 예상을 벗어나는, 허를 찌르는 듯한 셈법은 도저히 따라갈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셈법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남는 도넛은 하나라는 셈을 버릴수가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아이들의 기발하고 멋진 발상이 그냥 우리의 상식과 생각의 틀을 벗어난 것만이 아니라 다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이다. 그들의 생각은 더욱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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