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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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일본 하드보일드의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의 작품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하드보일드는 더 어둡고 불행하고 슬프고 외로운 것인데.

[천사들의 탐정]은 그리 외로움을 타는 것 같지도 않고 그가 해결해내는 사건의 결말은 불행하고 슬프다기보다는 깔끔한 마무리를 해 주는 해결사의 느낌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탐정의 사건 이야기. , 그러고보니 책 제목이 [천사들의 탐정]이지. 기분이 산뜻해지는 느낌의 단편들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이야기조차 가볍고 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조금 엉뚱하게도 이런 식의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좋다. 아니, 그러고보니 이런 유머가 담겨있는 하드보일드야말로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아니었던가.

 

아무리 계좌도 없고 예금도 없이 고작 남이 뒤나 밟는 탐정이지만 은행으로서는 그 날 최악의 손님은 내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보다 앞서 도착한 손님 가운데 권총을 든 이인조 강도가 있었으니.”(25-26)

심각한 상황에서도 뭔가 모자란 사람처럼 그 심각성을 보편화된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기에 생각을 유연하게 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라 료,라는 이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이제야 겨우 그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천사들의 탐정을 읽고나니 몇 년동안 집에 묵혀두기만 하고 있는 다른 작품들이 생각난다. 나는 왜 그동안 이 좋은 책들을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 걸까.

 

나는 소설을 쓰는 동안만 소설가이고 싶어, 쓰지 않을 때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이고 싶지. 아무것도 아니면서 그 무엇도 될 수 있으니까. 탐정 사와자키도 그런 평범하고 상식적인 아저씨라는 설정인데 요즘은 좀체 그렇게 받아들여주질 않아, 사와자키가 지닌 상식, 즉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편견 없이 본다는 거야, 그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지만 주변 사람들과 다른 경우도 있겠지. 그래도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

저자의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 지극히 평범한 일,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탐정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사와자키는 그에 맞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세상은 그런 상식적인 사와자키가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십팔년을 살았어도, 예술 대학에서 그림을 배웠어도, 이백만엔을 뜯어내도, 애인을 바에 내보내도 그것만으로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자기 공포를 혼자서 이겨낼 줄 모르면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80-81)

이런 당연한 이야기도 특별하게 느껴져버린다는 말이지.

 

한국관련 이야기도 나와서 - 이건 좀 민감한 부분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좋은 이미지로 그려내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 뭔가 예상되는 인물이 있었는데 역시 역자의 글을 읽어보니 그 유명한 납치사건의 인물을 비유한 것이었다. 천사들의 탐정은 이렇게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마구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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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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