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조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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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경찰소설을 읽었다. 그것도 사사키 조의 소설이다. 사사키 조의 소설이라는 것에 흥분을 한 탓일까? 이 소설의 도입부를 읽는데 나는 분명히 이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전에 원작의 발간시점을 먼저 살펴봤다. 2011년 작품, 책 소개에는 사사키 조의 대표작인 ‘경관 안조’ 시리즈의 최신작이라고 되어 있다. 아하, 그러니까 도입부를 읽으며 어디선가 읽어봤던 느낌이 들었던 것은 경관의 조건이 경관 안조 시리즈의 한편이기 때문이었겠구나, 생각하니 왠지 안심이 되면서도 조금은 허탈해졌다. 인상 깊었던 이 안조 경관의 이야기를 제대로 기억못하고 있다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잊고 있지는 않다는 것에 안심을 하게 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안심이라기보다는 뭔가 허탈한 마음이 더 크다. 경관 시리즈만을 기억하고 사사키 조의 경찰 소설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들은 사그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 씁쓸한 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들을 소설속의 에피소드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일본 사회에 대한 풍자, 권력과 배신에 대한 풍자가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우리 사회의 현실과도 빗대어 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조금은 위안을 삼아야겠다.

 

경관의 조건은 한 범상치 않은 낚시꾼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경관으로 보이는 양복입은 두 사람이 눈빛이 살아있는 낚시배의 주인에게 거두절미하고 도움을 청한다.

이야기의 시작만으로도 경관의 조건은 과거로부터 시작되는 대서사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 든다.

 

경시청 내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경찰 가가야 히토시는 원칙만을 고수하지 않고 나름의 융통성으로 범죄조직과 경찰 직분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범죄조직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고지식한 경관의 틀을 버리고 고급 맨션에 살면서 외제차르 타고 다니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겉모습을 보면 조폭의 정보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 조직의 비호를 받으며 뒷거래로 돈을 받는 타락한 경찰의 모습이다.

아니나다를까, 그런 그의 생활은 그가 키우고 있는 그의 부하 직원 안조 가즈야의 내부고발로 끝이난다. 보고되지 않은 마약을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체포된 그는 직접 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각성제 불법 소지 혐의로 체포되고 재판을 받고...

이야기는 끝을 짐작하기 힘들정도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여지도 없이 긴박하게 진행이 된다. 이건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알기 힘들지 않을까...

 

이야기가 끝나기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고, 나는 솔직히 끝까지 이야기에 담긴 진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관으로 살아간다는 것, 경찰과 범죄 조직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그 경계선을 넘나들며 끝까지 경찰의 직분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일인지, 세상살이가 조금 길어진 나는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경관의 조건’이 마음을 울리고 있다.

십여년전쯤 이 책을 읽었다면 정의로운 경관의 활극, 경찰조직내의 배신과 권력 싸움에 희생되는 경찰, 부패한 경찰의 비리, 정의만을 위해 타협없이 살아가는 것과 융통성있게 타협할 줄 아는 모습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 것일까에 대한 고민은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선뜻 그 경계선에서 단순히 무엇이 옳고 그르다라는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떠올리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 대한 존중은 세상을 살아가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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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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