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의 모험 사계절 만화가 열전 6
박윤선 지음 / 사계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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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개'인간이라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사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개인'간의 모험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으니까. - 굳이 한자어 병행표기를 하지 않더라도 문장의 흐름으로 어감의 차이를 알 수 있을테니 더 이상 설명은 없어도 되겠지.

이 책은 한국에서의 출판은 고려하지 않고 작가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주변의 인물 - 과 동물까지 포함해서 - 을 주인공으로 하여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 책이다. 하나의 전체적인 흐름은 있지만 작가의 말을 듣고 다시 보면 그림으로 쓱 지나갔던 장면들이 어떤 은유와 풍자를 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개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나 개인줄 알고 살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그렇다. '개인간의 모험'이니 개인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데, 북쪽에서 훈련을 받는 개들 무리에 등장하는 고양이 미미는 어릴 적 엄마개의 품에서 돼지, 오리, 강아지와 아빠를 모른 채 자랐다고 한다. 아빠가 누구인지도, 본적도 없는 것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디 세상 사람들의 눈이 그러한가?'라고 묻는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만을 이야기한다면 개인간의 모험은 딱히 우리 정서에 들어맞는 느낌은 아니다. 공무원 시험에 낙방만 하며 백수로 지내다 티비에 나오는 경찰견의 모습을 보면서 어쨌거나 경찰견은 '경찰'역할을 하고 있으니 공무원이 아니냐며 주인공 무슈김은 개가 되기위해, 아니 공무원인 경찰견이 되기 위해 살아가기 시작하고 결국 개와 같은 취급을 받기 시작하며 겪게 되는 온갖 모험을 담고 있다. 문고리를 열고 지하철을 탈 수 도 있는 무슈김은 유명해지기 시작하고 동그라미까지 그리는 천재개가 되어 선물이라는 명목하에 북한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또 북한에서 남파작전에 투입되는 개들의 훈련장에서 라이터를 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뭐 이런 어이없는 이야기가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인간군상의 모습과 사회의 온갖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어이없으면서도 마음을 후벼파기도 한다.

 

무슈김의 모헙은 더 많은 인간관계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에 대한 줄거리 설명보다는 - 사실 줄거리만 설명하면 뭔가 좀 엉성하고 엉망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해서 - 그냥 개인간인 무슈김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한바탕 소동이 어린 개인간의 모험은 어찌보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처럼 여러 소동을 겪고 모든 관계가 엉망으로 꼬여가는 듯 싶지만 결론적으로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개만족(!)을 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인가, 이 지독한 풍자의 끝이 좋아서 다 좋게 느껴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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