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편애 - 전주부성 옛길의 기억
신귀백.김경미 지음 / 채륜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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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정리하고 다듬어 잘 썼던 문장들이 사라져버리니 머리속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서평을 쓰려고 하면서 서평과 하등 관계없는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마무리까지 다 해놓고 시간이 없어서 임시저장을 해 둔 상태에서 오늘 불러오기를 했더니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그 많은 문장이 사라져버려 이렇게 맥이 빠진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그 전만큼 성의껏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겁한 변명이라도 늘어놓아야 마음이 놓여서이다.

 

전주편애는 책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정말 '편해'가 심한 책이다. 섬에 살고 있어서 육지의 풍경이 이곳과 다르다는 것만을 느끼곤 하는데 가보지도 못한 전주의 곳곳에 대한 풍경은 도무지 내가 가진 추억은 커녕 지식을 동원해봐도 그닥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이 책에 묘사되고 설명되는 전주의 모습은 그저 먼나라 이웃나라와 같은 이야기일뿐이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는 개발이 안되어 그렇기도 하지만 사무실이 있는 시내 중심가는 '원도심'을 살리자는 취지하에 골목길을 되살리고 - 조금 걸어가면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올레길이 있어 출퇴근길에 심심찮게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기도한다. 가방을 짊어지고 퇴근하는 길인데 지나쳐가던 여행객 두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쳐서 민망했던 기억도 있고 직원야유회 끝나고 가는 길인데 또 인사를 해서 민망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 익숙한 동네의 골목길 이야기라면 오래전에 화교가 있었고 지금은 허물어져가는 집만 보이지만 그 오래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시내 유일의 극장이 있었고 바람이 불어대면 흩날리며 때론 무서움을 느끼게도 했던 수양버들이 가득했던 다리, 배고픈 다리가 있었고... 라며 나 역시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옛것에 대한 설명과 지금 현재의 길에 놓여있는 추억거리들... 내 기억에도 우리 동네에서 사라져간 아름다운 것들이 많듯이 전주편애에서도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만히 나의 기억들을 떠올릴때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간 친구, 선후배, 언니 동생들과 동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내 기억에는 없는 빨래터라든가 식수를 길어다 먹던 식수터 이야기까지. 그러다가 간혹 동네에서 오래 살기는 했지만 이십대까지를 다른 곳에서 지내다 온 누군가가 슬그머니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와서 봤던 풍경을 꺼내놓으면 거기에 또 득달같이 달려들어 살을 붙여놓는다.

 

전주편애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내가 살아왔던 동네, 원도심의 이야기에 더 열심인 것은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보다 더 절절하게 전주에 대한 사랑가를 부르고 있는 저자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비유할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골목골목의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조금은 공유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지금 당장 전주로 떠나고 싶다,라고 외칠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전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도 조금은 편애할 수 있는 전주부성의 옛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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