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 젊은예술가의 세계기행 2
박훈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숨 쉴 수 있는 만큼의 공기가 있는 공간이, 굳이 내가 호흡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딱 맞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 바로 앞에서 한 호흡에 다 담을 수 없는 너무 많은 산소가 뿜어져나오면, 나는 그걸 주체하지 못해 헉헉대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고 난 다음에는.
그처럼 이 책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읽고 나서 리뷰라는 걸 쓰려고 하니 내가 지금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들을 주체하지 못해 헉헉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좋았지만, 실체를 잡아 ''이게 엄청 좋았어''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마, <놀이터 옆 작업실>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사서 읽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심한 편견이 있는 나로서는 표지에 저런 사진이 커다랗게 나와있는 책은 벼랑 좋아하지 않기에 더욱더.
그런데 놀이터 옆 작업실을 재밌게 읽은데다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평이 좋은 듯해 망설임없이 구입해 펼쳐들었는데... 참 좋다. 참으로 좋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진솔함이 담담하게 펼쳐져 있는 그의 언더그라운드 이야기가 있고 그의 그림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서울에서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다면 또 다른 편견에 사로잡혔을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그냥 ''박훈규''라는 사람의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읽으며 감탄하고, 뭔가 내 안에서 꼬물거리고 올라오는 느낌이 좋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집어들면서 ''여행기''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언더그라운드''에 대해서는 내게 생소한 뭔가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가? 어쨌거나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리 큰 기대없이 읽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희망시장''의 로고, 원형 무지개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나는 이미 박훈규라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 책을 읽고나니 어떻게 박훈규라는 사람에게서 ''희망시장''의 ''희망''로고가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겠더라. 그는 결코 절망하는 일이 없고,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언더그라운드 여행기의 처음 시작은 무작정 호주의 시드니로 떠났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드니의 유명 관광지, 아니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얼핏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내가그런 생각을 했었는지조차 까먹고 온전히 박훈규의 여행 이야기에만 빠져들었다. 그건 단순한 ''여행'' 이야기가 아닌, 진솔함이 담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고 희망을 꿈꾸며 내일을 향해 여행하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고백이었기때문이다. 박훈규의 여행 이야기는 ''삶의 방향을 찾아나선 여행'' 이야기이고, 그 여행을 통해 자신을 격려하는 법을 배우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계속 가지는 한.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격려하며, 매일 ''여행''을 떠난다.>

그의 이야기처럼 나도 오늘, 여행을 떠나려 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 새로움으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뱀다리를 붙이자면.
이 책은 여행기, 로 분류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배낭여행에 분류되는 책이 아니라 삶의 성찰, 내면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으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찾아 떠나는 나 홀로 여행이니까. 그리고 또 <언더그라운드>의 의미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을 해 보게 된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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