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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앨리스라는 여자가 우연히 에릭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후로 1년여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책이다> 라고 짧게 한 줄로 이 책을 요약한다면 그 흔한 사랑이야기를 쓴 다른 소설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내용을 말한다면 그렇겠지만, 이 책은 다르다. 그래서 자꾸만 분명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이야기는 확연히 다른 그 무언가를 이야기 속에 담고 있으니 뭔가 그만의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자꾸만 생겨나버려 '이 책 재밌네'라는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되어버린다.
도대체 뭘 어떻게 써야하는거지?
"앨리스가 지금 에릭을 [신중하게 말해서] 사랑하는 것일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 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74쪽)
일단 앨리스와 에릭은 연인관계가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앨리스의 감정이 모호해져버리는 것이다. 앨리스는 에릭을 사랑하는 것일까, 에릭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 것일까.
시청률 1위를 달리던 드라마 '서동요'가 끝났다. 마지막회에서 선화공주를 연모하던 기루는 숨을 거두며 '나에게도 설레임이 있었고, 그 설레임을 내보이기보다는 사랑을 얻기 위해 행했던 모든 것이 거짓없는 나의 연모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대사에는 자신이 없지만, 어쨌거나 사택기루의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고, 자신의 행동이 바로 연모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이해를 했다)
기루의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보통의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를 떠올렸다. 아마 사택기루는 선화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엉뚱하게 선화공주를 얻고자 한 사랑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뭔가 좀 복잡해진 느낌이지만 그건 순전히 내 글쓰기의 형편없는 탓일뿐이다. 이 책은 연애를 하는 연인의 '사랑'에 대한 총체적인 생각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온갖 측면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진행시켜나간다. 만남이 있고 연인이 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변화들이 있고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사랑과 연애, 그리고 사랑의 원인에 대한 결과가 보인다.
나는 사실 진지하게 '사랑'을 해 봤다고 할 수 없으니 온전히 이 책을 이해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냥 어렴풋이 나 역시 '사랑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더 사랑했으려니...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나조차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한 특별함, 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해봤던 사람이나,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나 혹은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이 말에는 동의할 것 같다.
"우리 대부분은 자기를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삶을 영위한다. 우리 안에는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하지만, 왠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244)
이러한 것이 '사랑' 때문에 못하는 것인지, '사랑'때문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인지 그 모호한 경계선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랑이 지속될지, 끝나버릴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사실... 지금 내 마음속은 '사랑'을 못한다면,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으로 가득 채워져가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