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 유영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히말라야를 넘고 국경을 통과해 망명을 하고 있다고?
달라이 라마의 망명, 중국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티베트의 상황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부모의 품을 떠나 험한 산을 넘어 달라이 라마를 찾아가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않은가.
몇년 전 선거가 있었던 날로 기억한다. 정치, 라는 것은 사기꾼들의 짓거리일뿐이라는 극단적 혐오감을 갖고 나는 아침부터 투표하라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영화관으로 갔고,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던 그곳에서 봤던 영화는 '티베트에서의 7년'이었다. 후에 그 글을 쓴 독일인, 하인리히로 기억하는데, 그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만 하였고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를 이용한 것이다 라는 기사를 어딘가에서 본 기억때문에 지금 그때를 떠올리는 내 마음은 좀 씁쓸하다.
아니, 그래서 더욱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쓴 마리아 블루멘크론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세계 여러곳에서 다큐멘타리를 보며 티베트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어쩌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도 아이들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런 이야기는,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 정치적인 상황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면 더욱더.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타리는 2000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는 2003년에 책으로 나왔고, 지금 2006년에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다. 그때 히말라야를 넘었던 아이들과 수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니마는.
사실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 크지 않다. 지금의 티베트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지가 더 궁금한 것이다. 한때 중국의 눈치를 보며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거부했던 우리나라의 정치적 입지가 더 궁금한 것이다.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타리가 더 많이 상영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 더 많이 읽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해발 6천미터 설원을 넘는 티베트 아이들의 눈물과 희망'에 얽힌 사연을 듣고 뭔가 행동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아니, 적어도 한번쯤 가 볼 만한 나라 티베트로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자유'에 대해서 먼저 떠올려주기를 바랄뿐이다.

단지 정치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힘들고 고통이 있을 때, 그러한 역경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도 이 책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것을 나눠주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이들, 서로가 서로에게 형제가 되어주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함께하는 한 가족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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