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디자인 도감

작은 집 디자인 도감 - 천재 건축가들이 설계한 작은 집의 공간, 구조, 인테리어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미미 제이거 지음, 김예원 옮김 / 보누스 / 2016년 4월

오래전에 니어링 부부의 글을 읽고 나도 돌집을 만들어 살면 좋겠다, 라는 소망을 가진적이 있었다. 자그마하게 마련된 공간에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고 내가 쉴 공간과 책이 들어갈 틈이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은 정말 집 한채 만드는 것을 단순화시켜 가볍게 생각했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조차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우연히 친구의 삼촌이 만들었다는 흙집에 놀러갔었는데 그 집을 보고 다시한번 단순하고 작은 집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흙집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자그마하게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밭의 한켠으로 길을 만들며 심어져있는 허브사이를 지나면 한칸짜리 방 같은 집 앞인데 겉으로 보면 문 달린 원두막 같은 모양새다. 안에 들어가보면 천장에 채광창을 만들어서 낮에는 빛이 들어오고 밤에는 그 창으로 별빛을 볼 수 있어 상상 이상으로 낭만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장식없이 벽 한쪽에 선반을 만들어 책 몇권을 얹어놓으니 정말 이 매력적인 집을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그래서인지 '작은집 디자인 도감'은 작은집을 만들게 되는 날을 위해 많은 집을 (직접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친환경의 의미로 숲의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 나무들을 그대로 활용한 나무위의 집들도 작은집의 개념으로 보기는 했었지만 솔직히 높은 곳을 좀 무서워하는 내게는 집이라는 개념을 갖기는 힘들었고,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은 겉모습도 그렇지만 공간의 활용과 인테리어를 참고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집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책 욕심이 많아 언제나 창고처럼 책을 쌓아두는 걸 참다못해 어머니가 옥상에 조립식 컨테이너라도 하나 올리면 어떻겠냐고 하시곤 하는데, 작은집 디자인 도감을 보다보니 그것 역시 작은집의 개념으로 구상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집에 다락방은 생각도 못할 형태이지만 침대의 위치를 조금 높이고 그곳에 올라가는 계단 대신 의자를 하나 놓고 다락방에 올라가듯이 만들어놓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침대밑 공간은 책장으로 활용해도 좋겠고. 책에는 많은 집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무 소재로 만든 집들이 마음에 든다. 툇마루처럼 보이게 만들고, 작지만 책장을 장식처럼 만들어놓고, 햇살이 들어오게 만들어놓은 공간은 결코 작거나 좁아보이지 않았다.

모양이 바뀌는 집이라거나 독특한 형태의 집은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내게는 좀 별로였다. 각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왠지 집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반듯한 모양이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숲속의 벽돌집이니 뗏목위의 오두막처럼 마음에 드는 집도 많은데, 지금 우리집 옥상에 작은 공간 하나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며 책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공간을 만들 수 있게된다면 이 책의 집들을 살펴보며 꼼꼼히 인테리어 계획을 세워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