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아무래도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익혀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만 들었을 때 얼핏 관심을 가질까 말까 생각을 하다가 잘 알지 못하는 소설을 훑어볼만큼 여유가 있지 않아 말 그대로 쓰윽 넘겼는데, 나중에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오베라는 남자]를 쓴 작가라는 것을 알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오베라는 남자, 역시 별 기대없이 펼쳤다가 뜻밖의 유머와 감동이 어우러져 독서의 즐거움을 느꼈던 책이었기에 그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역시 그와 같은 느낌일지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앞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발표되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냥 예상이 되는 '이야기' 형식의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해리 포터와 스타워즈, 심지어 사자왕 형제 이야기까지 담겨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수가 있단 말인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이제 곧 여덟살이 되는 일곱살 엘사의 관점에서 할머니와 엄마를 중심으로 가족의 이야기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가족간의 오래 묵은 오해와 서로의 상반된 마음이 할머니의 죽음 이후, 할머니의 유언처럼 전해지는 편지 - 그러니까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라는 엘사의 말과 할머니의 편지를 통해 서로가 마음을 열고 조금씩 그 진심을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소설은 말 그대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책을 처음 읽을때, 저 첫문장은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첫 에피소드를 읽고난 후 다시 저 문장과 마주쳤을 때는 정말 완전 공감하게 되었다. 사실 저자의 다른 소설도 스며들듯 감동이 밀려와서 좋았는데 첫 에피소드를 읽고 바로 그 느낌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책을 놓지 못하고 그대로 읽어버렸다.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했다가 결국 읽던 책을 바로 덮어버리지 못하고 잠을 두어시간 줄이고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첫 문장을 읽을 때 그저 그랬던 느낌이 책의 마지막에서 다시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라는 문장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마음 저 깊은곳에서부터 백만배 동감해버리게 되었다.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고,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하나씩 비밀을 풀어가듯이 풀려나가고 묶인 매듭이 풀어지듯 이야기의 결말은 엘사가 주장하는대로 해피엔딩으로 치닫게 된다. 물론 그 해피엔딩에 죽음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우리는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얼마든지 오랫동안 할머니를 사랑할 수 있다"(127)라는 말처럼 나 역시 오랫동안 엘사와 할머니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