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뉴욕 -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
백은하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06년 1월
절판


언젠가 이곳에서의 '불법노동자의 삶'을 내 개인 웹사이트에 행복하게 쓴 적이 있는데, 한 모르는 방문객이 '당신이 그곳에서의 삶을 즐기듯 표현하는 것이 좀 역겹다'는 식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또 가끔 한국에서 '기자씩이나'하던 사람이 이곳에서 '겨우 네일 숍'에서나 일하는 것을 '재수없는 낭만'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장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해, 10분의 1정도는 이것이 영구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하루의 노동이 없으면 나는 이곳에서의 삶을 지탱할 수 없다. 손님들이 주는 몇 달러의 팁이 내가 영화를 볼, DVD를 구입할, 빵을 살 돈을 제공한다면 나는 내 노동이 부끄럽거나 구차하지 않다. 사기치는 것이 아닌 이상, 세상의 모든 노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신성하고 이유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지사 하는 일이라면 나는 그것을 즐기고 싶다.-117쪽

사실 나는 여전히 고다르도, 홍상수도 모르겠다. 여자가 남자의 미래인지, 남자가 여자의 미래인지, 여자는 여자라고 말할 수도, 남자는 남자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알겠다. 남자와 여자가 있는 곳에 영화가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뛰는 심장 한가운데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걸. 이성보다 감성의 뜻대로 계속 살아나갈 에너지를 언제라도 가질 수 있다면, 가슴 후벼 파는 트로트 가사 몇 줄쯤 나오는 중년을 살아낼 수 있다면, 어느 날 나 역시 이마무라 쇼헤이처럼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에 몸을 누이는 노년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참 좋겠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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