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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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미스터리라고 들었는데 글을 읽다보면 왠지 많이 읽어봤던 것 같은 서스펜스처럼 느껴진다. 말벌에 대한 두려움이 한바탕 밀려오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 두려움이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이 드러나는...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의 필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말벌'을 하나의 촌극처럼 그저 빤한 스토리로 읽었다는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빤한 스토리로 읽으면서 빨리 결말을 알고 싶어질 때쯤 갑자기 사건의 모든 관점과 이야기 진행이 달라져버린다. 아, 이건 그저 그렇게 읽을 이야기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미 책을 읽은 사람과 '말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신나게 이야기의 전개에서부터 시작해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서술트릭의 부분이 교묘하게 접목되면서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마구 떠들어대며 인상적인 장면들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을텐데 이 이야기를 꺼낼때는 정말 조심스럽게 '말벌'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책 정보를 살펴보면 기시 유스케가 말벌에 대한 논문을 쓸 정도로 연구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말벌에 대한 지식으로 말벌의 공격에 대응하는 이야기속 주인공의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고 괴기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순한 인간의 상상에 의한 공포라고 가볍게 생각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인간의 욕망에 의해 비롯된 공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또 다른 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사실 마지막의 그 1인칭 시점은 굳이 그렇게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좀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는 - 그러니까 나처럼 '어,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한템포 느리게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독자에게는 정말 친절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시 유스케는 그 작품 소재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하고 글을 쓴다고 하는데, 왠지 그래서 그 세부적인 묘사와 설정이 더 현실감있고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미스터리 한 편을 읽은 것이기는 하지만 기시 유스케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기도 하니, 말벌이 꽤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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