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시간을 보낸 김남희의 여행기에는 그곳 사람들의 그칠 줄 모르는 친절함에 대해 끊임없이 나온다.
본인이 길을 모르면 다른 식구에게, 이웃 사람에게... 그렇게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푼다.
반면에.
우리동네를 지나가는 어린 친구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느라 분주한 발걸음 소리만 남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한 주말 오후.
시장에 마실간 어머니에게 비가 그치면 오라고, 아니면 내가 좀 있다 우산을 들고 갈테니 비 맞아 감기걸리지 말고 기다리라했는데.
비가 금세 그칠듯하지 않아 빨래를 널고 나가보려고 마당에 있는데 대문 앞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봤더니.
잠시 비가 그치는듯해 길을 나섰는데 할망걸음은 느릴수밖에 없고 그 사이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오는데 고등학생쯤 보이는 남학생이 우산을 씌워주며 집앞까지 와줬댄다.
친구만나러 가는 길인데 늦어도 괜찮다며 가던 방향과 정반대의 길을 걸음이 느리고느린 할머니 옆에서 우산을 씌워주고는 어색하게 인사하고 가버린 학생이. 가게집할머니 손주인가 했는데 그냥 길을 걷다가 만난 아이라고.
수줍게, 당연히 할 일을 하고 간다는 표정으로 친구만나러 가는 학생의 뒷모습에 축복을 빌어줬다. 너는 부디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