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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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고마워.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한 향기가 났어.

 

혼자 쓸쓸하게 밥을 먹으면서, 걸려오는 전화도 없고 전화를 걸만한 곳도 없이 그저 그렇게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시간에 초콜릿 우체국을 집어 들고 시간과 추억의 여행을 시작한다. 쓸쓸하지만 외롭지는 않은 그런 시간과 추억 여행.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누구에게든, 그 무엇에든.

결국 밥을 먹고난 후에도 슬그머니 일을 옆으로 밀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어야 즐거운 여행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그 느낌을 마저 채우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은 느낌에 꾸역꾸역 책을 읽어나갔다. 이건 꼭 내게 하는 동화같아, 이건 이별을 이야기하며 슬퍼하고 있지만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된다는 해피엔딩이잖아, 이건 아무리 견디기 힘들어도 삶은 지속되어야만 한다고 용기를 내라고 하는 말인 듯 해...

 

아주 오래 전 글의 여백에 담겨있는 글을 읽어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없을 때, 그 담담하고 때로는 엉뚱한 비유와 은유속에 담겨있는 글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했을 때 나는 그저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듯이 이 짧은 글들을 읽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 한편한편이 모두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져버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결국은 혼자 남게 될 것을 암시하는 결말들, 그 혼자만의 시간을 잘 견뎌내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위안을 갖게 된다. 어느 순간 닥쳐오는 어려움은 두려워할것은 아니라며.

물론 뜻밖의 행운이 닥쳐오는, 아니 불행이 먼저일수도 있는 양면의 동전을 줍게 되는 일도 있지만 내게 행운이 아니라 불행이 먼저라고 해도 딱 그만큼의 행운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슬퍼하거나 분노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더 큰 행운을 기대하며 욕심을 부리다가 행불행의 동전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그런 불행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닥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사라지고 나타나는 마을'에서 지내고 있는 듯 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들은 그만큼 소중하게 여겨지니까, 그들이 존재하는 동안 우린 행복할 수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들은 반드시 다시 나타나니까"

그러니까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어머니가 초간단으로 해주시는 감자볶음 반찬도 사라져버리기 전에 먹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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