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면을 상상해봐요.
두꺼운 유리창을 때리며 비가 마구 쏟아져요. 창밖 베이커가의 가스등 불빛은 너무 약해서 보도에도 못 미치고, 공기 중에 맴도는 안개 때문에 노란 불빛만 어슴푸레 빛나요. 음침한 구석마다, 어두운 방마다 미스터리가 바람처럼 일어요. 그리고 한 남자가 그 어둑하고 안개 낀 세상으로 걸어 나가죠. 남자는 소매의 마름질만 보고 상대의 인생사를 알아맞혀요. 지력과 담배의 힘만으로 답답한 어둠에 불을 밝히고요. 자, 이런 게 낭만이 아니면 어떤 게 낭만이죠?




헤럴드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자신이 홈스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유를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나의 집착에 마땅한 이유가 있긴 했나 엄마를 왜 사랑하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것처럼, 그가 홈슬를 사랑하는 이유도 설명하기 막막했다. "문제에 해답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좋아서요. 홈스 이야기를 포함해서 그게 모든 추리소설의 매력이에요. 추리소설 속의 세상은 따져볼 수 있는 세상이에요. 모든 문제에 해답이 있는 세상이죠. 똑똑하면 인과 관계를 박힐 수 있는 곳이에요.
내가 홈스를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이에요. 그는 명쾌한 해답을 주고, 그가 사는 세상은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이니까요. 아름다운 세상이니까요. (3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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