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애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7
마리 유키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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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여덟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여덟가지의 이야기가 그저 미스터리한 단편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글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가고 글을 읽는 나 자신의 상태마저 이상하게 되어가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을때만 해도 좀 흥미로운데,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면 두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책의 첫머리에 적혀있는 출간 기념 작가 인터뷰의 글이 마음에 잔상처럼 남으며 자꾸 떠올랐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는 한 번쯤 되짚어보셨으면 합니다. 과연 그 확신과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라는 작가의 말은 짧은 이야기 한 편을 읽어나갈수록 더 많은 것을 의심하게 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이건 이사카 코타로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관되어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고, 다른 스릴러 미스터리와도 다른 섬짓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은 성탄 이전이었고, 일이 겹치고 피곤해서 한동안 책을 못 읽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의 제목과 같은 '골든 애플'을 읽을 때였다. '클레이머'라는 이야기에서 백화점 식품점의 판매상품에서 손가락이 나오는 사건이 다루어지는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이 어느샌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그 사건을 언급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고 있는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 역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어갈지에만 정신이 팔려있어서 왜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지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바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갖게 되어버렸다. 책속의 화자처럼 정확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 사건에 대해서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어나가면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정신이상 증세가 주변인에게도 전염된다는 '감응정신병'을 모티프로,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광기의 극단을 향해 치닫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사이코 미스터리 소설이다."라는 소개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렇구나,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순간 나 자신이 감응정신병적 증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니 끔찍해졌다.

그래서일까. 그 뒷 이야기들은 더 뭐가뭔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고 앞부분에 나온 에피소드를 뒤집는 반전에 가까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나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가 없어져버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 연애인들의 사생활침해라거나 광적인 사생팬의 폐해, 블랙 컨슈머, 인터넷을 떠도는 진실과는 상관없는 소문들, 스토킹과 왕따문제,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자신의 이상증세는 인식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정신병적 증세까지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어가버리고 만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첫번째 사건으로 돌아가 섬뜩한 반전을 기억하며 또 다시 더 끔찍한 반전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우리가 미쳐가고 있는것인지,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헷갈려버리고 만다.

 

"소설을 읽는 동안 어떤 에피소드나 등장인물에 대해 순간순간 확신이나 판단에 사로잡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는 한번쯤 되짚어보셨으면 합니다. 과연 그 확신과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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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3 1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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