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미스 해전 -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말을 하자면 내가 '살라미스 해전'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이 책을 보고나서였다. 역사라고 해 봐야 지나치며 흘려들었던 이야기들과 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 겨우 한두가지만을 알고 있을터에, '살라미스 해전'이라는 것은 들어본 기억도 없고, 사정이 그러니 이 해전이 문명사적으로 큰 전환점이 된다는 것은 더더구나 모를 일이다.

그런 내가 덜컥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도 조금 두툼하니 무게감이 느껴지고, 고대의 해양지도까지 마구 그려져 있어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으려나...하는 별 기대감 없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정말 누군가의 '상투적'이라는 표현처럼, 나 역시 그 표현말고 다른 적당한 말을 찾기 힘들다. 이 책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때로는 아테네 삼단노선의 지하 노잡이꾼 옆에 카메라를 켜놓고 생중계하고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의 글로 쓰였다.  옛날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둥둥 치는 북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노젓는 일에만 몰두하는 노잡이들, 그들이 뿜어내는 땀내와 비좁은 공간에서의 근육통.. 이런 것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그런 느낌을 갖게 했을 뿐 아니라 유일한 여성 함장으로 참전해 용맹을 과시한 아르테미시아가 유일한 여성이라는 것 뿐 아니라, 유일하게 개인요강을 갖고 있었다는 덧붙임 설명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 '살라미스 해전'은 그런 신변잡기적인 생활 이야기를 다룬 책은 아니다. 페르시아의 그리스 침략을 막아내고 세계의 판도를 바꾼 해전, (나는 몰랐지만) 그토록 유명한 해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치밀한 정세 파악과 정치적인 모략가,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치밀한 속임수... 그리고 바다위에서 벌어지는 전투. 이 모든 것이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이 아니라 여러 기록과 상황 판단에 따른 논리적인 추정으로 쓰여졌기에 더욱 현실감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쟁이야기, 그것도 역사적으로 세계의 흐름을 바꿨다고 일컬어지는 하루동안의 해전 이야기가 지루하기는 커녕 사백여쪽이 넘는 책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살라미스 해전이 벌어지게 되기까지의 정세를 파악해주는 작가의 다각도로 접근하는 설명과 무엇보다도 그런 이야기 가운데 바다 위에 떠 있는 함선의 삐걱거리는 노의 소리까지 들려줄 듯 상세하고 생생한 묘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