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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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번째다. 글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있다. 로마의 대서사시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하는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냉정한 머릿속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하나 라는 걱정으로 무엇을 어떻게 끄집어내야할지 망설이게 하고 있다.

잠깐,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오롯이 '풀잎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기 보다 내가 이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그것을 고민하다보니 자꾸만 글의 미사여구만 늘어나고 시선을 끌기 위한 글을 끄집어내려고 애쓰고 있었구나...

마음을 비우고 내가 느낀 것을 소박하게 풀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풀잎관'이 무엇이던가. 로마군 최고의 영예로운 관인 풀잎관은 한 개인이 로마 군단, 군대 전체를 구했을 때 주어지는 것인데 그건 말 그대로 전장의 현장에서 뜯은 풀잎으로 만든 관을 수여하는 것이다. 그 풀잎관에 걸맞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다.

 

로마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독인것인지 약인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로마의 일인자를 읽고난 후라 그런지 끊임없이 헷갈리는 이름 -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똑같아 도무지 내가 아는 역사적 인물과 소설속 인물의 묘사가 애매했었는데 이제는 시대와 세대 구분이 조금씩 되어가고 있어서 그 흐름의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조금 더 깊이 몰입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여전히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의 이야기가 주된 것이기는 하지만 풀잎관 첫째권의 이야기는 이후에 나오리라 예상되는 동맹시전쟁의 사회정치적인 배경설명이 되는 도입부처럼 느껴졌다. 아, 아니다.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그 인물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거대한 역사의 숲을 만나게 되고만다. 나는 그저 가이우스 마리우스를 따라 여행을 떠났고 술라의 뒤를 쫓으며 그들에게 로마의 소식을 전하는 루푸스의 편지를 읽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본다면 풀잎관의 첫번째 이야기는 너무 멀리 돌아 지엽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려고 할 때쯤 당대의 로마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어버리는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능동적이며 활동가인 아우렐리아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 술라마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이번 이야기에서의 주인공은 카이사르 가문이 아니라 드루수스 가문이 아닐까 싶다. 원칙적이고 우직하게 묘사되는 드루수스는 이탈리아인을 위해 동맹군의 전쟁도 불사하려는 친구 실로를 위해, 이탈리아인을 위해 그리고 로마인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인물로 등장한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동생 리비아를 카이피오와 결혼시키는 비정한 오빠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흘러 아내를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편이 되고 리비아의 결혼생활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되자 그녀를 위한 결단을 불사하는 행동파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루수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평화를 위해 억압이 아니라 관용과 포용이 중요한 것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어떠해야하는지 마음깊이 느끼게 된다.

드루수스의 동생 리비아 드루사의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녀의 순응적인 삶은 위태롭게 보이면서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다 쉽게 풀리지는 않지만 가부장제에 속박받는 여성의 모습은 어째 이천년전이나 지금이나 이리도 비슷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무튼 드루수스 남매의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자꾸 뒤엉켜 나오는데 이들의 깊고 깊은 사랑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최고이니 내 말을 아끼는수밖에. 

 

드루수스 남매의 이야기가 감동이긴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몰입하게 한 부분은 원로원에서 리키니우스.무키우스법의 시행에 반대하는 마리우스와 루푸스의 연설이었다. 역사적인 부분을 더 자세히 알고 나면 이 연설에 대한 부분이 또 다른 의미로 느껴질 듯 하지만 그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글을 읽었을때 진정한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로마'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로마시민권을 얻기 위한 비로마시민들의 삶을 따라가보면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잔뜩 짊어지고 있는 하층민의 모습이 보이고 그 모습은 지금 이 시대에 볼 수 있는 난민들과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했다. 우리의 권리를 내세우며 그들을 내몰고, 법의 잣대를 들이밀며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히 이별하게 만드는 추방령을 정의의 심판이라며 옳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내용들은 역사와 정치 이야기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소설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회적 배경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서 새삼 콜린 매컬로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 아, 정신을 차리고보니 풀잎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나의 느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나의 이야기만을 풀어놓고 있는 듯 하다.

너무 좋으면 책을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는 나는 나의 말로 책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어쩔수가 없다. 그만큼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느끼고 생각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때문이다.

이미 로마의 일인자를 읽어봤다면 다 알겠지만 거대한 대서사시를 풀어내면서도 세세하게 당시의 생활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들은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특히 아우렐리아가 사는 인술라에 대한 묘사는 꽤 흥미진진했다. 로마 소시민들의 삶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서 가장 활기찼고 인종과 종교의 차별없이 젖먹이 아기를 함께 키워내는 모습은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더 흥미진진하고 기대가 되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이다. 벌써부터 3부는 언제 나올까 기다리는 내 마음을 이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이제는 루푸스처럼 술라가 전해주는 로마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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