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서울여행 - 버스여행가를 위한 일곱 노선 서울여행법
이예연.이혜림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였는지... 꽤 오래전에 서울에 갔을 때 함께 만났던 친구들이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간 사람들이었고 - 물론 나 역시 서울은 항상 가는 곳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 촌것이었기에 일행이 가자고 하는 곳만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모두 지하철로 다니는 것에만 익숙해있다가 마침 서울 지리를 잘 아는 친구가 있어서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다는 얘기에 다 같이 버스로 이동하고 있는데 서울친구가 나지막히 '자, 서울의 지상관광은 처음일테니 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잘 구경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을 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모두가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역주민이 아닌 이상 버스를 타서 내려야 할 정류장을 찾는 것도 어렵고, 지방에서 올라간 우리가 잠깐 서울 시내를 돌아가니기에는 지하철이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들 버스를 타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버스로 서울 여행]이라는 것은 왠지 서울 곳곳의 숨어있는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소소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추억을 쌓아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버스로 서울 여행]은 일곱개의 버스 노선이 실려있고 그 버스를 타고 지나쳐가는 길의 특색있는 지역 가게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각 버스의 특징, 아니 그러니까 버스 자체의 특징이 아니라 그 버스가 지나가는 길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데 강북의 힙스터, 연인이 데이트하기 좋은 노선버스, 문화를 느낄 수 있고, 전통시장과 생태공원을 둘러보며 힐링을 할 수 있는 곳과 젊은이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오렌지거리, 서울의 브루클린,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의 순환버스 노선까지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솔직히 서울의 지리를 잘 몰라서 노선도를 보면서도 이게 어디쯤일까,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저 지금은 신기한 명소를 구경하듯 책을 읽고 나중에 서울에 가게 된다면 시간을 내어 꼭 버스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꼭지마다 그 지역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소소시장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고, 오브젝트는 서울과 부산에 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있는 것은 '가든하다'. 어쩌다 오일장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들여다보는 곳이 화초시장인데 저렴하게 꽃나무를 사서 집에 있는 이쁜 화분에 옮겨 심으면 삼천원으로 만원이 훌쩍 넘는 꽃집의 비리비리한 꽃보다 더 이쁜 꽃화분을 들일 수 있어서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는 그저 부러움의 눈으로, 서울은 정말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가 있구나 라는 생각에 괜히 부러움만 가득했는데 점심을 먹으며 생각해보니 나 역시 다른 이들이 부러워하는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구나, 싶어진다. 궁궐같은 화려하고 넓은 곳은 없지만 점심시간에 아담한 관덕정을 산책할수도 있고, 잠깐 짬을 내어 상설시장에서 장도 보고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인증샷을 찍는 호떡가게나 떡볶이가게도 날마다 갈 수 있고... 그래, 생각해보니 탑동에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바다를 보며 산책도 할 수 있는 곳에 살면서 서울의 버스 여행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서울에 갈 기회가 된다면 유쾌한 관광객 모드로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구경을 하면되는 것. 그날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이 책은 소중히 간직해야겠다. 아, 물론 전시용이 아니라 가끔씩 - 때로는 자주 들여다보면서 내가 가볼곳을 찜해두는 것은 잊지말아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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