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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유난히 책이 읽히지 않는 때가 있다.
머리속은 온통 무엇으로 가득차 있는지 책읽기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책을 펴놓기는 하지만 내 눈은 무의식적으로 글자를 따라갈 뿐이고 내게 말을 건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때이다.
이럴 때 겨우 한 단락정도 읽고 밀쳐놔버리는 책을 과감히 옆으로 밀어놓고 집어 든 책이 이 책이다. 평소같으면 이 책 역시 좀 더 강렬하게 읽었겠지만 책읽기의 더딤이 여전하여 나는 이 책도 느릿느릿 훑어가기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저자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단지 '문학'에 대한 고상한 이상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조금씩 저자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읽어 알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 감동을 느끼고, 제목으로만 알고 있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는 슬쩍 저자와 책 이름을 메모해 놓기도 하면서 책을 읽었다. 특히 '시'에 대해서는 그저 서정적인 작품,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안에 담겨있는 뜻을 새겨보게 되니 시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문학작품은 그 원작을 읽어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겠지만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이런 글들을 읽는 것 역시 내 책읽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리라.
저자는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한 일 - 로버트 브라우닝이 쓴 극시 <피파가 지나간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행복을 원하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산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새삼 생각해보면 행복은 어마어마한 가치나 위대한 성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작은 순간들 - 무심히 건넨 한마디 말, 별 생각없이 내민 손, 은연중에 내비친 작은 미소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이 책에 실려있는 많은 글들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사랑에서 비롯되는 자그마한 행복, 수줍은 손 내밈과 미소. 힘들고 마음아프게 하는 일들이 많은 험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손 내밀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각자의 영혼은 그저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합쳐져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 존 스타인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