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움의 왕과 여왕들
대니얼 월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은 그것뿐이란다. 용서하는 힘.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를 용서받으면서 살아간단다. 세상이 다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우린 살아갈 수 없을 - ˝(428)

레이철이 말한다. ˝이런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지 않아요. 언니도 나랑 똑같이 당해야 해요˝
어쩌면 레이철의 말이 우리 모두의 속마음과 똑같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녀의 말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자들보다 죽은자들이 더 많이 사는 곳. 살아있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이 공존하듯 뒤섞여 살아가는 로움은 이 세상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비현실적인듯 하지만 지독하게 현실을 투영하고있는 로움은 왠지 백만년전쯤에 읽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 내리는 마콘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로움은... 살아있는 자의 욕심투성이 욕망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부터 다르기는 하지만말이다.
로움의 역사는 엘리야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밍카이를 납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밍카이가 만들어내는 - 정확하게는 밍카이가 키운 누에에서 만들어지는 비단으로 돈을 벌기 위해 밍카이를 납치해 자신만의 왕국인 로움을 건설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로움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로움에는 엘리야의 후손인 헬렌과 레이철 자매가 태어난다.
세상을 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추할 수 없는 못생긴 헬렌과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지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동생 레이철. 부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겨진 두 자매의 삶과 로움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섞이며 그들 모두에게 하나하나 애정을 갖게 만들어버린다. 하아, 정말 로움의 왕과 여왕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을 볼수는 있지만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헬렌과 아름당움을 갖고 태어났지만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레이철의 이야기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엘리야와 밍카이, 벌목꾼 스미스, 헬렌을 사랑한 요나스, 의사 비들스, 레이철을 사랑한 마커스... 스미스에게 헌신적인 개 말라의 이야기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 - 개는 물론 유령까지 포함해서 그 모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욕망을 이루려고 악을 행하고, 그 악행에 의해 희생된 삶을 살아가며 증오를 키워가지만 결국은 `용서`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묘하게도 이 모든 이야기가 도덕책처럼 되어있지 않고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냥 진실을 말하면 돼.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당연하지˝ ˝언젠가는˝
그래서 헬렌은 그렇게 말했다. 그날도, 그 다음날ㄷ,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났다. 한 사람이든 백 사람이든 그곳에 오는 모든이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그녀는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들이 자신을 믿어주길 바랐다. (328)

평생 주변 사람들에게 잘못만 하면서 살았기때문에 미안해서 기도를 한다는 헬렌은, 그것을 만회할 방법을 몰라서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도를 하면서 자신안에, 이 세상에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 선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만드는 것이랄까(320)라고 말하는 헬렌을 통해 저자는 이 악행이 넘쳐나는 세상에 선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진실을 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믿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다시 한번 더 요나스와 마커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로움의 이야기는 말그대로 내 마음과 생각을 로움하게 만들고 있지만 결국은 사랑과 용서가 이 세상을 지탱해가는 힘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아름다움이 없다고 믿었던 헬렌을 바꾸게 해 준 것은 사랑이고 자신의 아름다움과 삶을 훔쳐가버렸다고 믿어버린 레이철의 눈은 증오로 바뀌어버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레이철은 마커스의 사랑을 보지 못했다.

로움에서의 세상은 이렇게 한박자씩 어긋나보이는 안타까움의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 그래서 더욱더 사랑과 용서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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