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고 막상 그 느낌에 대해 정리하려고 하니 머리속이 뒤죽박죽이다. 여러 생각들이 마구 튀어나오려고 하는데 도무지 그 생각들을 이어붙일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차일드 44가 그려내고 있는 세상이 시공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나의 말로 풀어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소련, 스탈린 독재시대이다. 소설의 시작은 그로부터 20년 전 우크라이나의 체르보이 마을의 이야기부터이다. 통제된 마을에서 배고픔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먹이'로 사라져갈 즈음, 고양이를 발견한 소년은 고양이 사냥 도중 고양이 대신 사냥당하고 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모스크바. 소련의 비밀경찰인 KGB의 전신인 국가안보부 MGB 요원들은 반체제 인사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유죄로 만들어 처형하고 있는 그곳에서 레오 역시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기차 선로에서 발견된 벌거벗은 아이의 사체, 기이하게도 입 안에는 흙이 가득차 있고 배는 칼로 난도질되어 내장을 다 들어내고 있는 끔찍한 사체가 발견되었음에도 범죄가 없는 완벽한 국가임을 보여주기 위해 그 사건은 은폐되어버린다. 아이가 살해당했음에도 단순사고사로 처리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묻히고 조작되고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MGB요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레오에게도 시련이 닥치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그냥 스릴러로만 읽는다면 아주 재미있는, 그러니까 반전의 기막힌 묘미라던가 예상치못한 결말이라든가 하는 그런 재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근과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그 사건이 드러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스탈린의 공포정치하에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불신하고 배반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 이면에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이 소설은 훨씬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뭐 이 모든 것이 다 상투적인 것이다,라고 한다면 또 할말은 없지만.

그리고 사실 더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과거의 이야기, 우리와는 상관없는 공산독재 시절의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릴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며, 있는 죄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며, 무고한 사람이 죄인이 되기도 하고....시사하는바가 많은데, 그리 놀라울 것 없는 이야기의 흐름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그들을 믿고 진실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계속 '진심'이 '진실'을 전해주며 도저히 마음을 열 것 같지 않았던 이들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주인공은 삶을 이어가지만 그 순간 라이사가 던진 물음은 레오가 아니라 내게 답을 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짓이 사라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때, 라이사가 레오에게 내뱉듯이 한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지금 당신처럼 권력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문제가 생길거야. 당신은 그런 상태에 익숙하지 않겠지. 당신은 당신이 발산하는 공포로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함께 지내려면 그 망상에 찬 낭만주의는 접어둬야 해. 우리가 같이 지내는 건 상황 때문이야. 당신에겐 내가 있고 내겐 당신이 있지. 그것 외에는 사실 별게 없어. 우리가 함께 있으려면, 지금부터 난 당신에게 진실만 말할 거야. 더 이상 당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 우린 전에는 한번도 그렇지 못했지만 이제는 평등한 사이가 될 거야. 그걸 받아들여."(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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