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화
손홍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기나긴 휴가를 끝내고, 쉼의 길이와 깊이가 컸던 만큼 그 휴가의 후유증이 컸던 때 나는 무식하게 이 책을 꺼내들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소설'책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리고 더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놔 버리지도 못한채 조금씩 마음을 갉아먹듯 부여잡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지독한 세상살이의 모습속에서 내가 믿는 하느님을 죽여버려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목조르기 시작했고, 숨이 막혀 컥!하고 소리를 지르려고 할 즈음에야 겨우 숨통을 조이는 '이야기'책을 옆으로 밀쳐놨다.

이/ 야/ 기/ 일뿐이야!

이건 '신화'야. 허무맹랑한 사람의 신화 이야기. 아니, 현실은 이보다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르게 될것이 두려워 외면하려 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무섭다.

...

여전히 나는 하느님을 믿사옵니다, 라고 신앙고백을 할 것이고, 여전히 나는 나의 현실에서 많은 이들을 잊고 살 것이고, 여전히 나와는 상관없는 이들의 불행에서 슬픔을 잊어버릴 것이다. 이것이 나의 죄, 라는 것을 나는 고백해야 할 것이다. 내게서 얼굴을 돌리시는... 우리에게 버림받으신 하느님을 껴안기 위해 나의 마음을 찔러 하느님을 부활시켜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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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9-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런 소설 읽는 것이 무섭다. 너무나 낯선 이야기들이지만 현실은 어쩌면 그보다 더 지독하게 나를 짓누르게 되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들에 내가 힘들다는 것이 나의 아이러니.
...
이 책을 알게 해 준 자명한 산책님, 감사합니다.

마냐 2005-09-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치카님을 이렇게 불편하게 한 책이 대체 어떤 내용이랍니까.

chika 2005-09-03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철저히 뭉개져버리는... 그들에 대해 내가 뭐라 한마디 하는 것조차 건방진 것이 되는.. ㅠ.ㅠ

chika 2005-09-0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 156
나는 쉬운 길을 가려고 했던 거야. 바보같이, 널 사랑한다며, 네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 네 곁을 지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야.

마냐 2005-09-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들은 그런 사람들 옆에 있을거라 기대해야 할거 같은데...음음.

chika 2005-09-0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을 돌리시는 민중의 아버지... 라 불렀었어요. 혀 짤려 우리에게 응답이 없으시는 하느님을... 그래도 믿지만, 가끔은 죽여버리는것이 더 맘 편할 것 같은 때, 그런때가 있지요. - 그렇지만 끝까지 하느님을 버리지 못하는건, 마냐님 얘기대로 내 증오와 실망과는 상관없이 하느님이 살아계시기 때문일거예요. 그게 믿음이라는거고... '희망'이라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