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다시 깨어난 히틀러, 유튜브 스타가 되다!

이 광고문구를 읽으면서도 나는 실감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가 유튜브의 스타가 될 수 있지? 농담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독일에서 히틀러를 풍자한 소설이 나왔다니. 이게 정말 재미있겠나? 이렇게 온통 불신과 의혹으로 가득찬 마음으로 일단 '소설'이니 조금은 맘 편히 읽어보자고 책을 펴들었다. 아니,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독일의 사회와 정치 상황을 자세히 모른다고 해도 (이 책에는 역자 주가 - 특별히 언급되지 않아서 정확히 역주인지 편집주인지는 잘모르겠지만 -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물 흐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이 어떤 책일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을 때, 한정판 특별부록으로 책의 말미에 들어있는 김태권 작가의 스페셜만화 '그가 돌아왔다 in 서울'만으로도 이 책은 이미 재미를 기대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는 했다.

 

2011년 어느 날, 아무런 앞뒤 정황도 없이 불쑥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깨어난다. 그것도 제복을 입은 채로 말이다. 히틀러 본인은 어리둥절해 하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그를 히틀러 자신이 아닌 히틀러와 닮은꼴인 희극배우로 받아들인다. 히틀러는 자신의 생각 그대로를 드러내지만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을 온전한 풍자로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 자체가 이 소설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이끌어가고 있다.

오늘 밥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는데 물류창고의 스마트화로 인력이 4배이상 줄어들고 사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점점 더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이유중의 하나,라는 생각과 인건비를 줄이게 된 대기업에서는 그 이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경제와 자본제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자꾸만 확대되어가고 있었는데 '그가 돌아왔다'에도 이처럼 같은 현상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뉴스의 내용과 똑같이 상점주인이 손님에게 물건을 찾아주기보다는 손님이 직접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아 오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히틀러가 감동을 하는 것은 그만큼 매장의 인력을 줄이면 동원할 수 있는 군병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감탄하며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히틀러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른다. 이 모든것들이 다 정치적인 풍자일뿐이고, 동상이몽이 아니라 같은 지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웃고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과 평화를 위한 녹색당의 궁극 목표와 전쟁을 목적으로 에너지나 천연자언을 국내에서 해결하려는 에너지 정책은 결코 같을수가 없는데 드러나는 현상은 같아보이는 것이다. 히틀러는 그것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조롱하듯 시종일관 진지하게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드러내고 있다.

기발한 생각에, 풍자하고 비꼬는 그의 모습과 행동, 언변에 소설속의 사람들처럼 나도 웃으며 '돌아온 그'에게 열광하며 재미있어 하지만 과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웃기만 했다는 일침에 잠시 멈칫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매우 코믹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이 웃음은 매우 씁쓸하다고 평한 슈테른지의 글에 동감하게 되는 이유다.

 

실제로 히틀러가 이 시대에 나타난다면 그는 광적인 나치즘과 유대인 학살, 민족우월주의에 대한 지탄을 받으며 매장을 당하게 될까, 아니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환호를 받으며 권력을 휘어잡게 될까?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잠시 상상에 생각을 맡기고 있자니 조금 불안해지기는 한다. 지금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이 말도 안되게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에 나타난 아돌프 히틀러가 히틀러를 추종하는 나치즘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이야기처럼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지극히 설득력있게 보이는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혹시 또다른 히틀러를 보면서 그저 웃고만 있는 것을 아닐지... 웃으면서 심각해져 볼 필요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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