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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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여름 밤,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 호러라는 느낌도 없게 되어버린 드라큘라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사실 겁이 좀 많은 나로서는 수없이 나온 드라큘라와 관련된 영화들을 본 기억이 없다. 아니, 물론 호러, 공포 영화들을 아예 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드라큘라,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는 본 기억이 없고 다만 코믹버전으로 드라큘라를 패러디한 영화는 본 듯 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원래 드라큘라가 영화가 먼저였던가? 문학작품보다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더 많이 알려진 트라큘라의 원작인 문학소설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잠잠하던 한밤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 급하게 창문을 닫으면서 나도 모르게 슬며시 창 너머의 어둠을 쳐다보게 되었다. 드라큘라의 시작은 아무래도 그런 음산한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거야,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저 어둠 너머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을수가 없다. 하지만 이내 호러의 분위기는 사라지고만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읽어본 사람들은 분명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업무 관계로 드라큘라 백작의 의뢰를 받고 트란실바니아로 떠난 조너선 하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드라큘라 백장의 성으로 떠난다는 조너선에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방문계획을 말리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가 고집을 꺽지 않자 기도를 해 주고 마늘과 장미꽃을 건네주고 여관주인은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십자가를 건네고 묵주를 쥐어준다. 처음부터 마을사람들의 분위기는 드라큘라의 위험을 드러내고 있지만 변호사 조너선은 미심쩍은 마음이 들면서도 결국 드라큘라 백작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드라큘라의 줄거리와 그리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자세한 심리묘사와 관찰이 글로 드러나있으며 선과 악의 대립구도만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세계와 이성의 의지, 드라큘라와 인간의 대립구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드라큘라에 맞서는 인간의 강한 의지와 선에 대한 묘사는 문학이 아니라면 그려낼 수 없는 것이리라.

소설 드라큘라는 등장인물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너선 하커와 그의 부인 미나, 그녀의 친구 루시, 또 그녀의 약혼자 아서, 그리고 루시를 사랑했던 존 수어드 박사와 그가 의학적 자문을 구한 반 헬싱의 편지와 일기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일기와 편지 형식의 일인칭 시점과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시선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관찰하게 되고 또 다른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 글을 읽어나가는 흥미가 컸다.

 

자주 등장해주지는 않지만 그 존재감이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흡혈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그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드라큘라를 저지하는 반 헬싱과 그의 조력자들의 활약은 영화로는 표현하기 힘든 내면의 세계가 문학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그래서 한여름밤, 문학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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