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헤미안 랩소디는 현직 판사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허위진료를 행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여 법정공방을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어머니 또한 과잉진료로 인해 수술을 몇번씩이나 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골절을 당해 경황이 없던 당시, 의사가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해서 그저 우리는 그 힘든 수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는데 수술을 한지 보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담당의사는 학회세미나 출장을 간다고 하고 그 사이에 원장선생이 다시 재수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슬그머니 담당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팔뼈가 약하디 약해서 수술하기가 힘들다면서도 수술은 끝없이 이어지고 팔뼈를 고정시키는 핀을 박아넣은건데 그 대수술을 해서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마취를 하고 수술을 행했다. 같은 부위만 다섯번의 수술을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는 참담하다. 뼈는 부러진채 붙지 않았고, 날씨가 흐리면 더 큰 통증을 호소하는데, 어머니는 뼈가 붙지 않았으니 다시 수술을 해보고 싶어하신다. 팔순노모의 고통과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뼈가 붙으리라는 보장도 없이 괜히 또 한번의 수술을 받게 하고 싶지는 않다. 수술을 하면 몸이 못견뎌 항상 중환자실에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한때는 응급상황까지 갔었기에 더더욱 말리고 싶다. 그런데도 수술을 했던 의사는 팔뼈를 붙여놓지도 못하고, 또 수술을 한다고 해도 뼈가 붙는다는 보장도, 통증이 더 없으리라는 보장도 해주지 못하면서 수술은 할 수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솔직히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의사 멱살이라도 붙잡고 싸웠을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 그런 상황이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괜히 제대로 된 정의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현실과는 다르지만 일말의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직 판사 하지환은 갑작스런 친구의 사망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총기로 인한 사망이기에 경찰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곳에는 2년 전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경사가 부임해있었다. 그가 고소를 한 사람은 당시 고향인 신해시에서 꽤 유명한 류머티스 전문의 우동규이다. 우동규는 하지환의 어머니가 퇴행성관절염임에도 불구하고 류머티스 질환으로 진료를 하면서 비싸고 독한 약을 처방했을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병원진료를 권유했다. 몇년동안 불필요하게 독한 류머티스 약을 먹으면서 위를 상하고 몸이 안좋아진 하지환의 어머니는 결국 위암으로 사망하고 만다. 하지환은 어머니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다가 우연히 우동규의 허위진료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가 잘못을 인정하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우동규는 자신의 인맥과 명성을 이용하여 오히려 하지환을 협박하는데...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은 의료진료 사고에 대한 고발과 법을 행함에 있어서 진실보다는 권력과 재물에 의해 법정안에서는 정의가 뒤바뀔 수 있다는 사법권 내부의 비리에 대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하지환의 심리치료인 정신분석이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들어가면서 심리학소설이라는 느낌도 갖게 한다. 조금 쌩뚱맞아보일지 모르는 이런 이야기들의 조합은 책을 읽는 동안 전혀 괴리감이 들지 않을만큼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의 시작부분에서 총기사망한 하지환의 친구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가 결론 부분에 반전처럼 밝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전체적인 구성을 알차게 이어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있을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 소설의 결말은 씁쓸하고 아프지만 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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