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들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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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그 학문을 수련하고 기능을 익힐 때 인간에 대한 경의와 애정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이에 뒤지지 않을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하는 덕목이 바로 진지하고 신중하고 꼼꼼하게 사안을 다루는 인내심과 집중력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은 사람을 담는 학문이자 예술이다. 따라서 건축가는 늘 신중해야 하고 끊임없이 실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215)

 

엊그제 읽은 건축가 엄마의 느린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이 책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를 읽으면서도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깨닫고 있다.

내가 건축과 인테리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듯 집 지어주는 러브 하우스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에 건축에 대한 건축가의 글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집이라는 건물은 공간활용이 좋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면 되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수도원의 건물을 지을 때 공동체 생활의 의미를 느끼고 하늘을 섬기는 마음을 담은 건축설계를 했다는 글은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건축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가장 마음을 울리고 있다. 당연한 말인데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때문이겠지.

"무엇보다 건축가의 눈은 사람을 바라봐야만 한다. 그것이 오랜 역사를 갖는 직업임에도 늘 오해가 가시지 않는 건축가라는 이름, 예술가와 건축업자가 혼성 교배된, 집 짓는 일의 안내자로서 건축가가 언제나 지켜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203)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여 2부에서는 문화에 대한 교감, 3부에서는 도시를 산책하며 느끼는 옛골목길을 비롯한 옛건축물들에 대한 추억과 그 모든 것들이 무너져가고 있는 도시개발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건축이란 무엇인지, 건축가들의 세계관을 통해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총체적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을 또 가만 생각해보면 건축가의 눈은 사람을 바라보아야 하고, 건축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뤄야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글은 우리의 문화와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자연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굽이굽이 자연스럽게 집을 만들고 마을이 형성되고 길이 생겨나야 하는데 현대의 도시는 계획적으로 반듯반듯 잘라놓고 그곳에 사람을 적응하여 살아가게 하거나 우리의 삶과 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건축물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시대의 재앙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각각의 장소가 간직해온 역사와 그곳에 담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신 자신의 개념만을 던져놓는 건축가의 휴브리스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결국 이야기가 없는 시대라는 의미가 아닐까?"(39)라고 되묻는 저자의 글을 오래도록 생각해본다.

 

시간이 담기고 이야기가 쌓이며 비로소 집은 완성된다,라고 했다. '문득 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 골목을 돌고 도시를 바라보다 매혹되는 일상의 풍경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덮고 있는 따뜻한 기억들이 바로 우리가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라며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는데 이 글들이 세상의 위대한 건축도 많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의 역사와 우리 동네 골목의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골목길의 역사가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더불어 마음 속 어딘가를 따뜻하게 해 주는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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