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연금술 -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길 위의 철학자,로 유명한 에릭 호퍼의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이가 오로지 독서와 사색만으로 이렇게 인간과 세계의 모습에 대해 깊은 철학적 통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은 곧 나 자신은 무엇을 읽고 배웠나 싶은 생각을 해보게도 한다. "남과 나누기를 꺼리는 영혼은 보통 자기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여기에서 인색함은 영혼이 빈곤하다는 징조이다"(132)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수가 없다.

 

사실 이 책에 대해 말하라면 이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짧게는 한 문장, 길어봐야 한쪽짜리 분량도 되지 않는 문장들에 담겨있는 것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종합하는데는 만만치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그만큼 집약된 문장속에 인간에 대한 통찰과 사색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도,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동감하게 되는 문장도, 지독히 냉소적으로 들리는 문장이나 선뜻 동의하기 힘든 문장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의 생각이나 경험과는 상관없이 그것 자체가 세계와 인간의 한 단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끝내는 동의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함을 이해하는 자체가 단순한 일이 아니다."(230)라는 그의 말이 한번 더 나의 마음을 울린다.

 

사실 나는 이 아포리즘 모음집을 정독하며 하나하나 다 읽지는 않았다. 순서대로 읽은 것도 아니고 옆에 두고서 마음내키는대로 아무쪽이나 펼쳐들고 하나씩 읽어나갔다. 두세번 읽은 것도 있지만 아직 펼쳐보지 않은 곳도 있다. 철학자 에릭 호퍼가 평생을 독서와 사색을 하며 얻은 통찰을 축약하여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글을 단숨에 읽어 이해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 많은 것을 한꺼번에 주워담아 넣는다고 내게 없던 통찰력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야금야금 하나씩 틈날때마다 새겨넣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지금 나의 처지에서 내게 순간적으로 와 닿는 말은 "인생살이의 비결 중에서 최고의 방법은 우아하게 나이 먹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다"(235)이다. 들어보면 아주 당연하게 하는 말들이지만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 우아하게 나이 먹는 법을 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과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위장으로 끝나든, 진짜 내면의 변화를 맞이하든, 이것은 자기를 인식하지 못하면 실현할 수 없는 일이다"(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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