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도 오랜 시간을 아파버렸다. 감기로 골골거릴수는 있다치더라도 그 여파로 인해 집에서 거의 폐인처럼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도무지 언제부터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콧물이 줄줄 흐른다 싶을 때쯤 잡채를 만들었고, 그 다음날 아침 밥을 했는데... 그동안 집에서 밥 한끼니 먹지 않고 어머니가 뭘 드시는지조차 신경쓰지 않고 있었더니 급기야 해놔서 먹지 못한 밥에 곰팡이꽃이 피어부렀다. 어휴...
입맛도 없고, 의욕도 없고. 감기로 골골거린다 싶었는데 뭔가 자세가 어긋났는지 허리 통증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다리쪽으로까지 이어져서 머리 감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것도 아프고 똑바로 누워있어도 아프고. 점점 더 몸이 병원체가 되어가고 있네. 아무튼 허리 통증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출근은 해야겠기에 서둘러 나왔는데 겨우 출근시간에 맞춰 사무실도착.
도무지 일에 대한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이제 몸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꼼짝없이 폐인생활을 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오늘은 무작정 책을 살까,하는 마음인데.
이런 마음은 완전히 '봄에 나는 없었다'를 부르는 것인가. 딱 오늘 알사탕을 주는 날이네. 아니, 것보다.
선물할 책도 사야하고. 읽고 싶은 이 전집도 사야겠는데 전권을 통으로 사는 것은 무리! 이 중에 갖고 있는 것을 빼야하는데, 개정판을 갖고 있는 것은 괜찮지만 구판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도 고민이야.
아, 그럼 오늘은 도대체 뭘 사야하지? 이제 일도 해야겠는데 도무지.
화첩기행이 새 옷을 입고 나온건데... 내가 읽은 것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단행본이었다. 더군다나 저 책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수도없고. 책은 이렇게 돌고돌고또돌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고여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는 뭔가. 아무래도 최근들어서 이미 갖고 있는 책들이 다시 개정판으로 나오는데, 그 개정판이 또 이러저러한 경로를 거쳐 내 손에 들어오게 되어서 더 그런것일지도. 분명 읽은 기억과 어딘가에 박혀있을 책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실체를 찾을수가 없다. 집에 책이 몇만권이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