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발견 - 식물 원예의 기초부터 정원 만들기까지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지음 / 궁리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다. 며칠째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 봄을 맞이할 꽃생각이 간절해진다. 코딱지만한 마당이지만 여름에 밥반찬으로 뜯어먹을 찬거리라도 장만하려면 이미 씨앗을 뿌렸어야 하는데, 지난번에 묻어둔 단호박씨와 2,3년을 묵혀둬 싹이 틀지 모를 씨앗들을 건성으로 뿌려놓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서 이제 다가올 여름철 마당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지고 있기도 하고.

3년정도 혼자 집을 지키며 어머니 계신 병원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마당은 커녕 실내에 있던 화분들마저 관리를 하지 못해 유일하게 꽃을 피우던 바이올렛 화분들이 다 얼어죽어버리고 그 후로 집안에는 꽃이 사라져버렸다. 마당에 있던 어여쁜 꽃화분들도 지난 가뭄에 시들어가다가 겨울의 혹한에 결국 죽어버렸는데다가 어머니가 퇴원하고 난 후 관리도 안되고 보기 싫은 화분들 다 정리한다며 싸그리 갖다 버려서 지금 마당은 횡하니 비어있다.

사실 나는 어릴적부터 전셋집을 전전하고 다녔지만 이사다니던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이사를 다녔던 집의 마당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사시사철 꽃들이 피어있고 꽃나무들을 보면서 자란탓인지 유난히도 꽃을 좋아한다. 거기에 더하여 비밀의 화원을 읽고난 후에 내 소망은 '마당이 넓은 집'에 사는 것이 되었지만 정원관리라는 것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타샤의 정원을 보면서 타샤가 얼마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정원을 손질하는지 알아챘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꽃을 피우는 줄 알았던 우리집 마당의 꽃들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하나 둘 시들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나는 식물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손길을 줘야하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황폐해져버린 마당을 다시 예전처럼 멋진 정원의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졌는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마침 '정원의 발견'이 눈에 띄었다. 식물 원예의 기초부터 정원 만들기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정원학교 교재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내게 필요한 바로 그 책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며 정원을 만드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은 너무 큰 공력이 들어가 망설여질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식물에 대해 알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내게는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 필요했다. "식물을 어떻게 키우고 가까이 할 수 있는지, 실용적이고 다양한 원예의 방법과 이해하고 있어야할 정원의 역사와 의미, 식물의 이름과 자생지를 이해하는 것이 왜 원예의 기본이 되는지, 정원의 바탕이 되는 흙을 이해하는 과정" 등이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이론적인 부분들은 딱딱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그림과 실제의 정원 모습을 담은 사진이 어우러져 설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한 책을 펼쳐보는데 아름다운 정원 사진들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사실 몇년동안 화분을 키우다 죽이고 또 들여놓고 키우다 죽이고를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식물의 특성에 대해서 알게 되고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생겨났다. 그런 경험들이 정원, 식물, 흙과 거름 이야기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처음부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서 책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정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제별 정원이라거나 실내정원으로 정리하여 설명해주고 있어서 내 코딱지만한 마당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계절동안 꽃을 보기 위해 어떻게 가꿔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정원가꾸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무성하게 자라는 허브와 온갖 야생화들이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계획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담겨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되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는 정원과 식물관리가 정리되어 있어서 물주기부터 영양분 공급, 잡초 관리, 지지대를 세우면서 미관까지 고려하는 방법,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 도구가 다양해지는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소품처럼 미적인 감각까지 고려되고 있는것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정원 만들기에 투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일단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 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오랫동안 묵혀뒀던 마당의 흙을 한번쯤 뒤집어줄까 생각중이다. "정원의 발견"은 또 하나의 의미에서 내게 '발견'이 기쁨을 안겨주고 있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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