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이윤 옮김 / 호미하우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라고 하면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던진 작가,라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고 사건해결을 할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처음 읽을때부터 꽤 꼼꼼하게 읽게 되는데 이 작품은 추리와 논리적인 사고를 하며 집중하여 읽기보다는 내용이 담아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이야기의 시작은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고글 쓴 남자에서 원자력의 위험에 대한 경고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 구성력이라 하지 않을수가 없다.

최근들어 원전몇기가 가동중단되고 전력난이 예상되며 여름이면 전력대란이 일어날것이라는 엄포를 놓으며 원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송광고가 많아지고 있는데 사실상 원자력의 파괴력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을 딱딱하지 않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 시마다 소지의 이 책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스미요시화연은 원자로의 연료를 생산해내는 회사인데, 국책사업을 하는 그 회사가 개발이 안된 마을 근처의 숲속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은 조금씩 변화되어간다. 그 변화라는 것이 개발로 인한 도시화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짐작이 가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며 방사능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인식하게 된다.  원자로가 폭주하고 방사능에 피폭되고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원자력회사가 들어선 곳의 숲이 황폐해져가고 근처 강의 물도 오염되어 더 이상 뛰어노는 아이들도 없고 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들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보면 모두 방사능으로 인해 암에 걸리고 기형아가 출산되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 그렇다고 이 책이 원자력과 방사능의 폐해만을 이야기하는 인문학책은 아니니 괜히 딱딱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 안된다. 실제로 이 책은 금세 읽힌다. 어렵지않게 쓰여졌을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이 꽤 흡입력있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안개가 낀 날 밤, 인적이 드믄 외곽지역의 한 담배가게에서 주인 노파가 둔기에 머리를 맞고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현금을 노린 단순 강도 살인으로 추정하고 범인을 찾아나서는데 노파의 사체 밑에 깔려있는 노란색 선이 그어진 5천엔짜리 지폐와 바닥에 흩뿌려진 필터없는 담배들, 사건 당일 근처에서 목격된 고글 쓴 남자의 정체가 확인이 안되면서 사건은 단순강도 살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거기에 더하여 노란색 선이 그어진 지폐는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담배가게에서도 발견되는데...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면 고글 쓴 남자의 정체와 살인사건의 연관은 꽤 멀리 돌아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괴이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연관이 비약적인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며 읽혔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마다 소지는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고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고 하지만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경각심은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게 무슨 큰일이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은데 방사능 피폭의 문제가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후대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기형을 초래하고 암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함을 강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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