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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애 따위를 ㅣ 놀 청소년문학 28
방미진 지음 / 놀 / 2013년 12월
평점 :
어릴때도 순정만화를 즐겨읽지 않았던 나는 대놓고 순정만화풍인 이 책의 표지가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때로는 유치찬란한 단순함이 재미있고 오히려 더 깊이있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왠지 눈망울에 별이 반짝이는 순정과 연분홍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서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데 책의 표지가 눈에 밟힌다. '19금 초과 금지'는 잠깐 웃음을 주지만 호기심을 넘어 지금의 청소년들에 대한 감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게 되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다가 제목이 '어쩌다 연애 따위를'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연애에 목숨을 건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없어보이는 요즘의 십대들인데 이건 너무 도발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은게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안평과 조신이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는 옴니버스소설을 연상케하는데 각자의 생각과 느낌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이 그대로 등장인물의 마음으로 표현되어 이야기는 진행된다.
꽃미남에 마성의 매력을 지닌 조신, 평균이하의 외모와 평범함 그 자체로 개성을 드러내지만 감성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게이 소년 안평, 조금 통통하지만 그것을 매력이라 생각하며 자신감 넘치는 소녀 서두, 연애인 팬덤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제 팬까페의 탈퇴를 기점으로 모든 팬질을 떠나려 하는 박순, 공부도 외모도 성격도 특별할 것이 없는데 꽃미남 조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우울하고 자신감없는 순정... 이들의 서로 얽히고 얽힌 관계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십대 청소년들의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현실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속어와 욕이 난무하는 것은 여과되지 않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에 의해 조금은 여과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십대들의 생각과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책을 읽으며 나도 어느새 내가 어릴 적에 봤었던 기성세대의 틀에 박혀버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욕을 하는 것은 어느새 입버릇처럼 습관적으로 일상언어속에 들어가 있고, 이성간의 교제는 어른들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듯 삼각관계와 바람둥이의 모습과 공공연하게 동성애자가 당연한 듯 등장하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너무나 가벼워보인다. 이제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들여다보기보다는 그 세태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면을 드러내고만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집단도 언젠가는 이해관계에 따라 특성을 약점으로 규정하며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려는 마음이 나를 지독하고 잔인한 인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인간은 그런 존재라는것을. 사랑은 추악함을 부르기도 한다"(129)는 박순의 독백을 우리들 역시 동의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이 책을 덮어두고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 현재, 이 땅에서 입시에 시달리며 이성친구를 사귀며 연애도 해야하고, 동성애자로서의 고민의 단계를 넘어 좋아하는 동성에게 고백이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십대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 것인가.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라고 보여주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