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아침에 성당에 갔더니 다른 때와 달리 성당 마당이 왁자지껄하다. 아침 미사가 끝나고 마당으로 나갔는데 마침 아는 분이 지나가며 인사를 하는데 그 뒤로 아이들이 졸졸졸 따라가는 것을 보고서야 어린이들의 은총시장이 있는 날이라는 걸 깨달았다. 늘 다니고 있는 성당이지만 왠지 성탄이 다가오면서 더 활기차고 뭔가 들떠보이는 듯한 분위기가 그리 싫지만은 않다.

얼마전에 읽은 [노엘] 역시 딱 그런 느낌이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니 늘상 읽는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는 않을거야, 라는 느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노엘'에 딱 어울리는 그런 선물같은 책이라는 느낌. 미치오 슈스케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작가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제목 역시 Noel : a story of stories 가 아니던가.

 

사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노엘'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지독한 현실적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서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폭력적인 아버지, 결손가정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왕따 당해야하는 아이,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는데다가 엄마가 임신을 하여 건강하고 새로운 아기를 낳게 되리라는 불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려는 이에 이르기까지 불행하고 불편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에서 어떻게 거룩한 탄생을 이야기하고 크리스마스의 선물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노엘에 등장하는 소외된 주인공들의 모습은 불평등하고 불의한 세상에서 불행하고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동화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통해,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게 되겠지만 이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만큼의 반전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러한 반전의 느낌이 바로 노엘이 담고 있는 선물과도 같은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한 느낌은, 세상은 이렇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야 해, 라는 당위성의 강요같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삶의 모습일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 곧 행복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루돌프 사슴코의 이야기를 각색한 동화에서도, 풍뎅이와 반딧불이의 이야기에서도 그냥 반딧불이 반짝이게 된 옛이야기처럼 들려주고 있지만 그 이야기속에서 우리가 애써 찾아내려하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지혜를 들려주고 있어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또 다른 깊이를 느끼게 해 준다.   

감동적인 반전의 마무리가 이 이야기의 끝이가보다,하고 생각할즈음 에필로그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지나 '삶'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예수 성탄 즈음에 읽어서 그런지 더욱 더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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