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의 전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자작나무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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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넌 순수한 마음으로 이렇게 질문을 했지. 그러니까 신은 왜 우리들과 또 당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이 나쁜짓들을 그냥 참아 넘기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 역시 아주 순수한 정신으로 가능한 솔직하게 네 얘기에 대답을 해 주마. 사실은 나도 모른단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신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또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를 모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난 고통으로 인한 어리석은 마음이나 아니면 우리들이 다 함께 겪고 있는 고난으로 인해서 신과 마음속으로 싸움을 벌이게 될 때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위안을 얻는단다. 아마도 그분이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이 고난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하고 말이다.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누가 알겠니? 아마도 현자라고 하는 솔로몬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단다. 왜냐하면 그는 마치 신이 사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예루살렘에 전당을 세우고 오직 그 한 곳에서만 그분이 머물기를, 그것도 유일하게 한 민족 가운데에서만 머물기를 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단다. 어쩌면 그가 경건함 그 자체보다 금덩어리가 더 중요하고 내적인 영속보다 대리석이 더 중요하기라도 한 듯이 신을 위해 너무나도 호사스러운 집을 세운것이 죄가 되었는지도 모른단다. -74-76쪽

어쩌면 우리 유태민족이 다른 민족들처럼 고향과 집을 갖고 그리고는 이게 우리나라다, 하고 말하거나 혹은 이건 내 손이고 이건 내머리카락이야 하고 말하듯이 이게 우리들의 신전이고 우리들의 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단다. 아마도 그래서 신은 우리들의 신전을 파괴하고 고향을 떠나게 만드셨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들의 생각이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볼 수 없는 것에 충실하도록 말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방랑하는 것이 어쩌면 진정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인지도 모른단다. 슬픈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끊임없이 휴식을 갈구하지만 언제나 휴식을 얻지 못한 채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인내하며 가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길이기 때문이란다. 마치 우리들이 지금 출구를 모르는 채 이렇게 어둠과 위험속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74-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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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5-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이거 어떤 책이야? 소설? 아님 신학?
별점이 다섯개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언제 다 읽지?

chika 2005-05-1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소설. 근데 츠바이크 소설을 다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