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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조건 - 제니퍼소프트, SAS,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리더들
박상욱 외 지음,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북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책을 읽는 동안 좀 흥분됐다.
사실 처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이런 책에는 좀 관심이 없는데,라는 마음과 더불어 내가 리더가 될 일은 없는데, 라는 마음이었다가 굳이 리더가 아니더라도 그 품성이나 자격조건들에 대해 알아서 나쁠것은 없다는 지극히 가벼운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었는데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새로운 세계,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게 된 흥분으로 금세 책을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그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요즘 티비프로그램 중 하나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보장되는 꿈의 기업 입사프로젝트인 스카우트에서 장학금과 함께 사원증을 받는 학생들의 기쁨의 눈물을 보는 감동 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그 느낌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다.
우리처럼 말로만 '가족같은 사원' '한식구'인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기업은 말 그대로 하나의 가족공동체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리더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우연히 티비에서 부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소년이 대통령이 직접 쓴 답장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가장 가난한 나라지만 모든 국민이 행복해하는 나라, 왕,이지만 평민 아내를 맞아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진정한 지도자...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과연 한 나라의 국왕이 지속적으로 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지켜봤었다. 그런데 리더의 조건을 읽고 나니,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들이 존재하고 있음에 괜한 감동을 받는다.
능력있고 카리스마 넘치고 통솔력과 결단력도 있어야 하고....리더라고 했을 때 내 머리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단순한 그런 것이었는데 진정한 리더란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질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철학은 곧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리더의 조건에 소개되고 있는 리더들의 철학은 회사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기업의 목적은 최대 이윤을 내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정리해고, 연봉삭감, 직원 복지예산 삭감 등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왔던 틀에 박힌 생각을 뒤집어놓는다. 진정 직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직원의 복지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 회사의 이윤이 더 극대화된다는 것은 이 책에 소개된 기업들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일을 하기 시작할 때 리더의 철학은 빛을 발하고, 그 결과는 모두의 박수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이론이 아닌 실제 통계자료와 설문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통용되는 문제이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흥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이런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 규모가 아니라 리더의 철학에 따라 모두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복지실현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회사의 규모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부탄 대통령에게 모두가 감동하지만, 우리의 정치인이 그럴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나 또한 정치인에 대한 글을 읽는 내내 한숨만 내쉬었다.
직원의 가능성을 믿으면 회사도 성장하고,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가 꿈의 공동체를 이뤄낸다는 것에 감동받으며 희망을 갖게 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소통하는 리더가 마음을 얻고, 리더가 버려야 하는 특권이 무엇인지,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는지에 달려있으며 그것은 곧 부정부패없는 깨끗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들과 너무도 다른 우리의 현실이 떠오르면서 마음은 더 답답해졌지만.
책에 언급된 핀란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전임대통령에 대한 특별예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일반 시민과 다름없는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되는 그들과는 너무도 다른 우리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떠올리고 있으려니...
오래전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갈 일이 있었는데, 착륙 후 아무런 안내도 없었는데 짐을 들고 내리려던 나를 승무원이 가로막았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얼핏 보니 우리 고향 출신 국회의원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공무때문에 가는 것인지 개인적인 일로 가는 것인지, 아니 혹 공무로 출장을 갔다 오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급을 따지는 일이 아닌 한 다른 사람의 길을 가로막고 국회의원에게 길을 터 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자칭 리더라 하는 이들의 권력행사인 것이다.
리더의 조건은 새로운 세상이 비현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비춰주고 있기도 하지만, 그들과는 너무도 다른 우리의 현실에 답답해지는 분노를 주기도 했다. 정말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철학도 없고 영혼도 없는 껍데기 리더들에게 이 책을 들이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