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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 - 셰프 김문정의 맛있는 인생 레시피
김문정 지음, 강중빈.김나정 그림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릴 수 있는 토요일, TV를 틀었더니 '아빠 어디가?' 를 하고 있다. 마침 지난번에 보지 못한 뉴질랜드 여행편 재방송.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일단 던져보는 생존 영어와 친화력으로 뉴질랜드를 즐기를 가족들을 보다가 문득 스테이크 생각이 났다. 친구녀석이 호주에 갔었는데 그곳의 드넓은 마당에서 바비큐로 먹는 스테이크 맛은 정말 좋았다며 그 맛을 잊지 못하겠더라고 했는데, 뉴질랜드의 넓은 땅덩어리를 보니 그곳에서 생산된 신선제품으로 바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아무리 요리솜씨가 없다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삼 까사구르메의 김문정 셰프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면서 그녀가 맛보았던 스페인 요리들을 먹고 싶어진다.
스페인 요리,라고 하면 뭔가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인지 특별히 기대랄것도 없이 그냥 한번 호기심으로 스페인의 요리를 알아볼까 싶은 정도의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요리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언급이 된 요리에 대해서는 음식의 기본적인 맛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레시피까지 자세히 적혀있다. 물론 스페인요리이기에 스페인 고유의 재료에서 나오는 맛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한국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재료도 언급해주면서.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직접 해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 소박하고 간단해보이지만 실상 그 한그릇의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맛깔스런 요리들은 왠지 김문정 세프가 직접 해주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페인에서 까사구르메를 시작하는 과정, 첫 손님을 맞이하고 여러가지 다른 이유로 찾아 온 손님들을 맞이하며 느끼는 솔직한 마음과 손님들에게 내어줄 요리를 준비하고 평가를 받기까지, 손님들의 다양한 반응들에서 기뻐하기도하고 때로는 당황스럽지만 뼈아픈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요리와 어우러져 맛있게 느껴진다.
특별히 호화롭고 황홀하리만큼 맛있는 풍미를 내거나 김문정만의 독특함을 드러내는 요리는 아니지만 그녀의 소신대로 모든 재료는 신선한 것을 써야하며, 모든 재료는 그 각자가 지닌 고유의 맛을 드러내며 요리가 되었을 때 조화롭게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기에 사진과 글로만 요리를 맛보고 있는 내게도 정말 맛있는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우리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 주는 스페인 요리 이야기에 더하여 스페인의 사진들과 스케치, 레시피에 이어 스페인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는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맛있다. 아, 그런데 슬슬 배가 고픈 시간이 되어 그런가. 빵을 좋아하는 내게 천연효모빵의 이야기는 정말 군침이 도는 시간이었는데 그 쌉싸름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천연효모빵이 마구 먹고 싶어진다.
요리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와 원테이블 식당을 차리고 소박하게 음식을 만들어주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하는데 친구들이 찾아오면 묵어갈 수 있게 자그마한 집 한채도 같이 지을까,라는 말을 하던 것이 떠오른다. 서촌에는 김문정 셰프의 따빠스구르메가 있다면 우리 동네에는 친구녀석의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 식당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