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곤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책을 집어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초저녁에 깜박 잠이 들어 한밤중에 잠시 눈을 뜨게 되었는데 머리맡에 두었던 이 책에 눈길이 가는 바람에..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밤을 새고 말았다. 이 책을 다 읽은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엔 머리가 멍한 상태가 너무 오래가고 있다. 그 새벽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 안에 한가득했는데 지금은 그 느낌들이 어디론가 숨어들어가버려서 도무지 '영혼의 심판'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전작 '속삭이는 자'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우연히 가톨릭 사제를 만나고 그로부터 바티칸 내사원과 사면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범죄자들의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범죄의 기록을 모아놓은 일명 악의 도서관에 대해서도 듣게 되고 다른 누군가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화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작품을 쓰고 싶어 준비중이던 작품을 뒤로 미루고 서둘러 '영혼의 심판'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로마, 당직의사인 모니카는 긴급구조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을 한다. 응급환자는 가슴에 심상찮은 문신을 새겨넣고 있는데 우연히 고개를 돌려 집안을 둘러보던 모니카에게 6년전 납치 살해된 쌍동이 여동생의 유품이 눈에 띈다. 유품의 발견으로 그 응급환자는 모니카의 여동생뿐 아니라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임이 밝혀지고, 누군가 교묘하게 의도하는 것처럼 범죄의 피해자 가족과 미제사건의 밝혀지지 않은 진범이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마의 또 다른 곳에 사는 여대생 라라의 실종사건은 외출 후 실종처럼 보이지만 문의 걸림쇠가 안쪽에서 걸려있어서 단순 실종사건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 그곳을 찾은 마르쿠스는 라라의 집에서 연결된 지하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연쇄살인 사건의 한 고리처럼 서로 연결되며 라라의 실종 역시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 짐작이 되는데...

여기에 미망인이 된 경찰 산드라는 어느 날 남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남편이 남긴 유품에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 범인의 행방을 찾아가게 되면서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들이 촘촘하게 맞물려 들어며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왜 내가 죽어야 하는 거지?

시신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돌이키고 싶고, 되감고 싶고, 제2의 기회를 얻고 싶은 덧없는 욕망이 담긴. 마르쿠스는 확신했다. 사람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그걸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는 순간 경악하게 된다고. 살해된 피해자들은 절대로 '세상에, 내가 죽다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 내가 죽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216)

 

영혼의 심판이라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 자체도 흥미롭지만, 범죄의 구성과 전개가 절묘하게 맞물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분석이 정교하게 묘사되면서 영혼의 심판은 더욱더 빨려들어가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하나의 사건 뒤에 밝혀지는 진실들이 또 다른 의심과 또 다른 진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금은 쉽게 그 진실을 알아챌 수 있는 복선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에는 반드시 또 다른 반전의 이야기가 숨어 있어서 끝을 향해 가면 갈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하지만 영혼의 심판이 무척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이야기 자체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도나토 카리시는 이 소설이 모티브를 제공한 사제의 '항상 빛의 세계에 서달라'는 말을 작품속에 녹아내고 있으며 선과 악, 죄악과 용서, 심판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