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책은 태풍으로 인하여 도착하지 않았고.

오늘 읽을 책은 어젯밤에 생각났을 때 잊지 않고 책장에서 보이는대로 한 권을 꺼내어들고 왔는데.

다시 책을 보고 있다.

휴가 내내 읽은 책은 꼴랑 두 권. 그것도 서평 이벤트로 받은 도서.

그동안 의무감으로 읽던 책들을 다 읽고 나니 순간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 라는 쌩뚱맞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집에, 사무실에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을 두고서 말이다. 책장 한번 안넘겨본 책에서부터 읽다가 멈춘 책, 다 읽고 다시 한번, 혹은 서너번은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는데도. 참 웃기지 않는가.

 

 

 

열하일기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망설이고 있다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물론 뭐.. 그때 구입했다해도 지금까지 읽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한때 마구 사들였던 다산의 책들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으니...

 

 

 

 

 

 

 

 

 

 

 

 

보통씨의 책이 나왔고 요네하라 마리의 책이 나왔다. 사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진중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라 언젠가부터 나는 멀리하게 된 것 같다. 반면에 요네하라 마리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몇 권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도 숙제처럼 남아있는 '대단한 책'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아, 아침부터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한 회상기를 쓰고 있는 것일까? 당췌.

 

 

 

 이 책은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

숲길을 걸으면서 나무 이름을 툭, 내던지는 이들에 대한 경외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도 갖추고 싶은 지식의 한쪽이 되어버렸다.

비자림을 걸을 때 조카가 이 나무는 몇년 된 나무야? 라고 묻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니, 하면서도 조금의 지식이 더 있다면 참말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조카랑 웃으면서 '고저 요기서는 일이백년된 비자나무는 나무축에도 못낌다. 한 오백년 이상은 되어야 나무라 할수있슴다'라는 말을 하면서 유쾌하게 길을 걷기는 했지만 (앞쪽에 아기 유모차를 끌고 가던 부부가 내 말을 다 들었는지 마구 키득 거리며 가는 것이 보여 좀 민망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라도 숲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는데 나무에 대한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 숲길이 훨씬 더 재미있어지고 건강해질 것만 같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글이 술술 읽히면서도 왠지 마음 속 어딘가 한구석에서 자꾸만 걸려대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까지 혼자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 물론 '여행'이라는 것은 그 어떤 형태이든 다 포함해서.

서울에 가도 가봤던 곳만 가곤 했었는데.

경주도 가보고 싶고. 혼자 떠나기 좋은 교토에도 가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 런던이나 파리에도 가볼 수 있게 될까? 셀프 트래블 책들을 보니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겠나 싶어지기도 한다.

 

 

 

 

 

 

 

 

 

 

 

 

 

 

 

 

 

 

 

 

 

 

 

 

 

 

 

 

 

주재원으로 나가있는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는 조카는,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보다.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과거의 대통령들에 대해 은근슬쩍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주위에서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수가 없었다. 독재를 하고 욕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제 발전...이라는 이야기를 하길래. 딱 한가지 얘기만 하자면 과거 일제시대의 과오를 청산하지 못하고 일본 강제 노역과 위안부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과 경제발전을 바꿨는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물론 아니겠지?

한가지 덧붙여. 과거 우리의 경제력을 크게 키운 것으로 예를 들자면 베트남 전쟁 파병을 들 수 있는데, 고엽제로 인한 우리 파병군의 피해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가서 민간인 학살을 하고, 베트남 여인들에게서 낳은 혼혈 2세들을 외면하는 것보다도 우리의 경제발전이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물었을 때, 바로 또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가 일본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베트남국민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대한민국사' 다섯권을 책장에서 꺼내들고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줬는데. 아뿔싸. 조카 녀석이 처음 펴들었던 부분에 나온 사진은. 빨갱이처단을 한다며 참수를 한 현장 사진.

그걸 보면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책을 다시 책장에 담아놨다. 우리 역사에 대한 책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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