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독일의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일행이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혼자 길 표지판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어요. 내 기억이 맞다면 그 표지판에 적힌 거리의 이름은 '하이네'였거든요.

그 하이네 거리가, 지금 이 그림의 하이네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겐 참 놀라웠습니다. 완전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길이잖아요. 자동차가 빵빵거려도 괜히 막 한가락 음율처럼 들릴것만 같은. ㅎ

 

[작가의 얼굴]을 방금 받았습니다! 궁금했던 얼굴들 먼저 휘리릭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장을 넘기다가 눈에 화악 들어오는 그림이 있지 뭡니까. 이거 왠지 눈가린 복면강도의 모습.... (앗, 작가님! 죄송합니다!! ㅠㅠ)

근데 참 자꾸 눈길이 가는 드로잉 아닌가요? ^^
 

 

제가 막 궁금해서 제일 처음 찾아 본 작가는 토마스 만이었습니다. 역시 그림도 완전 많아요.

모두의 궁금증을 위해 한두장만 찍어 올려볼까 했는데, 정신없이 책 속의 토마스 만을 다 찍어부렀어요.

근데, 얼핏 보면 어째 같은 사람을 그린 것 같진 않은....

하지만 그 특징들은 보이는 것 같죠?

사실 같은 사람을 그린 것 같아보이지 않는건 램브란트의 자화상도 그런 느낌이니까...(좀 과장하해서 말하면, 아무리 세월의 흐름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게 다 램브란트 자기 얼굴이라고 그린거야? 라고 소리지를뻔...;;;;)

 

위대한 작가나 작곡자, 특히 초창기부터 승승장구한 사람들의 만년 작품들은 과연 어떤 특징을 보일까? 모든 것이 세월과 더불어 변한다. (179)

 

암튼. 토마스 만, 쭈~욱 나갑니다 ^^



 

 

 

 

 

 

 

 

토마스 만은 상냥한 사람이었을까? 호감 가는 성격이었을까? 아, 이런 질문에 단호하게 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맞다, 그는 예민하기가 프리마돈나 같았고, 거만하기가 테너 못지않았다. 그랬다, 그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이는 물론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당연한 일이다)인 데다가, 독선적이었다. 종종 냉혹했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했다는 것 역시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잊어서는 안 될 다른 면이 있다. 평생에 걸쳐 수천 통의 편지가 그를 성가시게 했지만, 그는 이 편지들에 하나하나 답장을 보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특히 망명 시절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하지만 그에게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나? 보통 우정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런 관계에 그는 아주 서툴렀고, 아예 생각도 없었다. 그의 작중인물 토니오 크뢰거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인간사를 묘사하는 일에 가끔 진절머리가 난다고 한탄한다. 토마스 만, 그에겐 인간사에 섞여드는 것보다 인간사를 묘사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했다. 여기에는 세계문학사상 유례없는, 거의 상상하기도 어려운 둘 사이의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그는 거의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거의 모든 것을 묘사했다. 그는 최소한의 실제적,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최대치의 문학을 끌어낼 줄 알았다. 그리고 평생토록 -죽기 몇 달 전까지- 자신의 재능을 연마하기 위해 쏟은 에너지야말로 그의 천재성의 정수일 것이다.

전혀 호감 가지 않는, 오히려 정나미 떨어지는 인간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괴테가 정녕 호감 가는 사람이었던가? 클라이스트가 사교적이었고, 하이네가 상냥했던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봐줄 만한 사람이었던가? 내 생각엔, 그들은 하나같이- 릴케도, 게으로게도, 무질도 다 마찬가지로 - 그야말로 봐주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천재란- 일반적으로-오순도순 어울릴 만한 좋은 이웃감은 아닌 법니다. (187)

 

작가의 얼굴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재미도 있네요. 인증샷 찍으려고 책을 뒤적거리다가 또 막 글을 읽어버리고...

이건 정말 막, 막막막 좋습니다!를 외치게 됩니다. ^^

 


 

 

 
 

흐음~

그래도 역시.

제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건 스승요다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의 카프카 선생이신거고, 그의 얼굴이 떠억하니 자리잡고 있는 노트는 완전 좋을뿐입니다. ^^

 

 

 

 책 자체도 좋은데, 빈티지 노트도 있고. 알사탕도 있고. 신간 적립금도 있고.

잘 알지 못하는 독일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듯 해서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건 예상을 뛰어넘는다.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작가의 작품을 미처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왠지 막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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