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꼬마 클라우디오가 집 문 앞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때 금테 안경을 쓴 꼬부랑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를 짚은 채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클라우디오 집 앞을 지나면서 지팡이를 떨어뜨렸어요. 클라우디오는 재빨리 지팡이를 집어 할아버지께 드렸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웃음을 띠며 말했어요.
"고맙다. 이제 그 지팡이는 내게 필요없단다. 지팡이 없이도 난 아주 잘 걸을 수 있거든. 맘에 들면 네가 가지렴"
할아버지는 클라우디오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저만큼 걸어가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방금 전보다는 덜 구부정하게 보였어요. 클라우디오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두 손으로 지팡이를 쥐고만 있었어요. 지팡이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어요. 손잡이는 동그랗게 굽어있고, 끝에는 뾰족한 쇠붙이가 달려있는 흔히 볼수있는 보통 지팡이었어요.
클라우디오는 지팡이로 땅을 두세 번 토톡 쳐 보았어요. 그리고 나서 별 생각없이 팔 사이에 끼어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팡이가 말로 변해 버리지 않았겠어요. 이마에 길다란 하얀 얼룩무늬가 있는 아주 멋진 검정말이었어요. 그 말은 클라우디오를 태우고 집 주위를 달리기 시작했어요. 말이 "히히잉" 소리를 내며 달릴때 도로에서 반짝반짝 불꽃이 튀겼어요. 겁이 난 클라우디오가 떨려오는 두 발을 땅에 내려놓았을 때 말로 변했던 지팡이는 원래 지팡이로 다시 돌아왔어요. 말굽은 사라지고 없었고, 지팡이 끝에는 약간 녹슬은 조그만 쇠붙이가 붙어 있었어요. 말갈기 역시 보이지 않았고 대신에 동그랗게 굽은 손잡이가 있었어요.
'다시 한번 더 해보고 싶어'
기운을 차린 클라우디오는 이렇게 마음을 먹었어요.
클라우디오는 말을 타듯이 지팡이를 두 다리 사이로 넣었어요. 이번에는 지팡이가 말로 변하지 않고 커다란 낙타로 변했어요. 클라우디오가 서 있던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으로 변했고요. 하지만 클라우디오는 겁내지 않고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지평선(앞이 막히지 않은 곳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은 선)을 바라보았어요.
'확실히 이건 요술 지팡이야'
클라우디오는 세번째로 지팡이를 타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이번에는 지팡이가 자동차 앞덮개에 숫자가 적힌 빨강색 경주용 자동차로 변했거든요. 거리도 자동차 시합을 할 수 있는 활주로로 변했어요. 클라우디오는 경주를 할 때마다 일등으로 들어왔어요.
나중에는 지팡이가 카누로 변했고 길은 잔잔한 푸른물이 가득 담긴 호수로 변했어요. 또 하늘을 나는 우주선으로 변해 지나가는 곳마다 별무리를 남겨 놓았어요.
클라우디오가 땅에 발을 딛을 때마다 여러가지 물건으로 변해 있던 지팡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지팡이의 손잡이는 더욱 반질반질했고 지팡이의 끝에 붙은 쇠붙이도 더 많이 닳아졌어요.
그런 놀이가 너무너무 재미있어 오후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어둑어둑해질 무렵 클라우디오는 금테 안경을 쓴 할아버지가 돌아오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클라우디오는 할아버지를 자세히 쳐다보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특별히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어요. 옆집 할아버지처럼 평범한 할아버지였어요. 많이 걸어서 조금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요.
'지팡이가 네 마음에 드니?"
할아버지가 웃음을 띠며 클라우디오엑 이렇게 물었어요. 클라우디오는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되돌려 달라는 줄 알고 미안한 마음에 지팡이를 할아버지에게 되돌려 주어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을 가로저었어요.
"네가 가져라. 지팡이는 이제 네 거야. 넌 그 지팡이를 타고 날아다니기도 하지만 나는 걸을 때 그냥 몸이나 의지할건데 뭐. 너 그 지팡이로 무얼 하고 싶니?' 하고 할아버지가 웃음 지으며 묻고는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어요. 세상에서 어린이엑 선물을 준 할아버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 일과놀이, 세계교과서에 실린 명작동화 5, 멕시코편중'할아버지와 요술지팡이'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