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엄지손가락을 가진 아이


꽃집을 가꾸며 사는 콧수염 아저씨는 일을 배우러 다니는 뚜뚜에게 화분에 흙을 채우라고 했습니다. 몇 분이 지나자 화분에서는 아름다운 베고니아 꽃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뚜뚜는 물었어요.

“콧수염 아저씨, 정말 이상한 게요, 꽃씨를 심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꽃이 필 수 있는 거예요?”

“흐음… 이상한 일이군 … 묘한 일이야….”

콧수염 아저씨는 고개만 살래살래 흔들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꺼칠꺼칠한 두 손으로 뚜뚜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어디 네 엄지손가락을 좀 보여다오!”

아저씨는 뚜뚜의 손가락을 위로 아래로 그늘에서 또 밝은 데서 찬찬히 바라보시더니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뭔가 참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 네게 일어난 것 같구나. 너는 초록색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단다.”

“초록색 엄지손가락이라고요?”

깜짝 놀란 뚜뚜가 소리쳤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살색인데요. 그리고 지금은 지저분하기까지 하구요. 초록색이라니, 아니에요 아저씨!”

“아니, 아니, 정말이야, 너한테는 안 보이지. 초록색 엄지손가락은 원래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그건 살갗 밑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사람들은 흔히 그것을 숨겨진 재능이라고 부르지. 우리 같은 전문가들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단다. 그러니 내 눈에만 그것이 보이는 거야. 너는 확실히 초록색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어.”

“그게 있으면 뭘 하는데요?”

그러자 아저씨가 대답했습니다.

“아! 그건 말이야. 굉장한 재능이지. 정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고말고. 너 알지? 이 세상천지에는 어디에나 씨앗이 널려있거든. 땅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집의 지붕에도 있고, 창문턱에도 있고 길거리, 담장 위, 담벼락 위, 없는 곳이 없을 지경이지. 수천 수백만 개의 씨앗들이 아무 쓸모없이 그냥 버려져 있단 말이야.

  거기 그렇게 있는 씨앗들은 어느 때고 바람이 한번 불어 밭이나 정원으로 자기들이 날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란다. 개중에는 돌 틈에 끼어 꽃으로 피어나 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고 마는 씨앗들도 적지 않지.

그런데 말이다, 어쩌다 초록색 엄지손가락이 어떤 씨앗에 닿게 되면 그게 무슨 씨앗이건 금세 꽃이 핀단다. 네가 방금 네 눈으로 보지 않았니? 네 손가락이 흙 속에 있는 베고니아 씨앗을 찾아내서 그게 그렇게 된 거야.

정말이지 난 네가 부럽구나. 나한테 초록색 엄지손가락이 있었더라면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겠니?”

뚜뚜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다지 신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알면 저를 보고 참 유별난 애라고 할 텐데요…….”하고 뚜뚜는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콧수염 아저씨가 말했어요.

“제일 좋은 것은 말이야,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거야. 사람들의 궁금증이나 시기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어디 있겠니? 숨겨진 재능을 타고 난 사람한테는 늘 귀찮은 일이 따라다닐 수도 있단다.

그래, 네가 초록색 엄지손가락을 가진 것은 확실해. 그러니 그냥 너 혼자만 그 사실을 간직하고 우리 둘 사이의 비밀로 묻어두기로 하자.”

꽃 가꾸기에 대한 공부가 끝날 때마다 뚜뚜에게 적어 주면 뚜뚜가 아빠에게 내보이게 돼 있는 공책에, 콧수염 아저씨는 그냥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어린이는 꽃을 가꾸는 데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과 놀이, 세계 교과서에 실린 명작동화 3 중, ‘초록색 엄지손가락을 가진 뚜뚜’ 재수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