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착했다. 그런데 차마 펼치지를 못하겠다. 요네스뵈의 글은 엄청 길지만 아주 집중하며 읽게 되는지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읽어야 하는 책도 못읽고 있는 바쁜 시간에 이 책을 집어드는 위험을 감수할수는 없다. 그래도 아무일도 없다는 듯 넘길수가 없어서 이렇게 페이퍼라도 쓰며 마음을 달랜다. 아니, 그런데 마음을 달래야하는 이유를 펼쳐놓을 책들은 또 무지하게 많이도 왔다.
과연 이 책들 중에서 어느 책을 먼저 집어들 수 있겠는가, 말이다. 어쩌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가장 먼저 집어들지도 모르겠다. 가장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래야 기다리는 책들이 빨리 줄어드는 느낌이 들테니까.
한동안 바빠서 정신없고 아파서 정신없고 피로가 쌓여 정신없고... 그럴때 쌓이는 책이 없어서 좋다가 문득, 이제 새로운 책들보다 이미 쌓아두다가 책장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책들을 꺼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훑어가기 시작한 것이 지난주.
그래 불과 일주일도 채 안된 것 같은데 어찌 지금 나는 감히 다시 책장을 살펴 볼 생각조차 할 수 없게 새로운 책을 쌓아놓고 살고 있는 것인가.
인문학에서 에세이까지... 아니, 요즘은 인문서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어서 읽기 힘들다. 사실 여행에세이도 한번에 집중해서 읽으면 몇시간이면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조차도 하루를 넘길때가 많으니. 지금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숲의 인문학과 세느 강이 보이는 까페에서 그림을 그리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한적은 없는 것 같아. 그저 집에서 가볍게 생각나면 쓱쓱 따라그려보다가 엉망으로 그려진 내 그림을 보고는 피식 웃고 그리는 것을 집어치우는 행위만 되풀이 될 뿐. 글을 잘 쓰는 것도 부럽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부럽고. 아, 하긴. 이것저것 부럽지 않은 것들이 뭐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