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피디의 책이 드디어 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왠지 김영희피디가 소금사막을 펴내고, 이번엔 나영석피디가 얼음땅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건 왠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신지 이제 일년하고도 일주일이 되었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에서 연상되는 것이 어머니 교통사고라니. 왠지 씁쓸해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처음 혼자 지낸 겨울은 그냥 춥기만 했는데, 그래서 집 안에 있던 어여쁜 화초들이 다 얼어죽어버리는 것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이번 겨울은 추워도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 이건 다만 엊그제 보일러 기름통을 가득 채워서인것만은 아닐꺼다.

 

 

바쁘다, 바뻐 라고 입으로 외치면서 발을 동동거리며 오가는 나날들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내가 읽은 책 정리를 좀 해볼까 싶어 수첩을 뒤적거렸는데 슬그머니 뜨끔!해지는 마음이다. 일년동안 그토록 많은 책을 읽었지만 마음을 다하여 읽은 책이 별로 없는 것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듯이 바쁘게 읽고 후다닥 서평을 올려버린 책들.

 

 

======================= 올 한 해의 책들을 슬쩍슬쩍 정리해본다. 아, 그런데 이게 만만치가 않아.

 

 

 

 '좌파하라'는 언젠가 박노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이기적인 개인주의 성향을 반성하게 되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나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해 성찰하게 하고 있다.

 

진중하고 진솔한 그의 글을 그 태도와는 달리 성급하게 달려들어 읽어버린 내가 내 안에 담긴 것을 정리하기에는 나 스스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설득력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홍세화님의 추천사를 다시 한번 더 읽고 되새겨본다.

"진보를 참칭해온 리버럴들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비정규직을 배제해온 한국의 이상한 대기업 노동조합과 줄곧 두 손 맞잡아온 좌파정치의 불편한 진실을 겨냥하는 그의 최근 글들은 전면적인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를 맞아 더욱 박진감 넘치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좌파하라]라는, 한국어로는 약간은 어색한 제목을 단 박노자의 이번 책은 언설로는 모든 진보를 말하는 '좌클릭'을 행하면서도 정작 몸은 리버럴들의 품에 안기는 '우클릭'의 시대를 가로지르며 '좌파, 좀 제대로 하라'는 경고로 내게는 들린다"

 

저자는 산책을 시작하며 ˝다시 서울을 걸으며 깨친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모든 과거가 한결같이 `현재적`이었다˝고 말하며 이것이 ˝숭례문 복원 완료를 앞두고 있는 지금 <다시, 서울을 걷다>를 세상에 내놓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역사적인 장소`라는 것은 그냥 눈에 보이는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의 창고`이며 `문화적인 전통과 가치의 저장소`다. 기념할 만한 건축물이나 공간에는 단순히 흘러간 옛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해왔고 함께 해갈 사람들의 지혜와 희망이 숨어 있다˝(309)는 것이다.

 다시 서울을 걸으며, 아니 나로서는 책을 통해 서울을 거닐었을 뿐이지만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역사가 단절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사유와 통찰이 깊을수록 더욱 더 깊이있게 의미를 확장하며 읽게 되는 책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수박 겉핥기처럼 읽은 것으로는 책을 읽었다고 할수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왜 책을 읽어대고 있는지, 우리가 왜 책을 읽고 있는지, 더 나아가 책을 읽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사유가 시작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시간이 그냥 흘러간 것은 아닐것이다.

 

 

기나긴 글을 방금 다 읽었다. 아주 기나긴 여행을 한 듯 피곤한 느낌이지만 그 여정의 끝에서 느끼는 평온함이 괜히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런 글이었다. 사실 제노사이드,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완전히 다른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예상밖이었다. 하지만 소설의 행간에 뾰족뾰족하게 박혀있는 인류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고발뿐만 아니라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인종차별의 부당함에 대한 비판은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에피소드 사이에 툭, 꽂혀있는 문장들 속에서 인류의 제노사이드를 기억하게 되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불신과 혐오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또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엿보게 되기도 하는 이 책은 여러가지의 의미로 충분히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된다면 누구나 당연히 갖게 되는 의문에 대해 보이는 현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고 있는 이 책이 인권과 환경을 무시하는 거대기업을 고발하는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구체적으로 비판하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지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왼쪽으로 치우쳐 바라본 세계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내용으로 지침을 주고 있으며 기타 정보를 통해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어린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전혀 어렵지 않게 씌어있어서 지금까지 우리가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 주고 있음은 물론 소극적으로 물건을 한두개 안사거나 환경에 대한 작은 실천과 내 생활에 지장이 없을 작은 기부정도로 자신의 양심을 잠재우려 할 뿐인 우리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권유를 하고 있다.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은 물론 한 권의 로매틱 소설로 읽을수도 있지만, 이처럼 당시 자본의 잠식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역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듯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사회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에밀 졸라의 작가적 역량이 아닐까 싶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밑줄을 그었던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도 에밀 졸라의 통찰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왠지 앞으로 읽게 될 그의 다른 작품들이 더 좋아질 것만 같은 예감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설레이고 행복해지는 책이 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이 좋은 느낌을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마구 나누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책을 오랫만에 만났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괜히 내가 뭘 한것도 없는데 혼자 쓰담쓰담 책을 쓰다듬으며 `너 참 좋구나` 싶은 마음이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우습기도 하다. 아니, 이 책이 뭐라고?

어딘가로 떠나야만 한다거나 거창하게 계획을 세워서 숲을 찾아 시간을 내야한다거나 하는 느낌이 아니라 바쁘고 삭막하게 느껴지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나의 시간을 갖고 여유를 찾으며 이웃과 담소를 나누고, 소박하게 도시락을 싸들고 가까운 푸르름을 찾아 나서는 것, 그것이 바로 숲요일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왠지 이름도 우리의 성과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기 들릴이라는것이 괜히 마음에 들기 시작했는데 직접 책을 펼쳐보고 그의 그림체를 봤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그림체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표정의 변화까지 느낄 수 있는 세세한 표현이 너무 맘에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정말 마음에 든 것은 그가 딱히 무엇인가를 전해주기 위해 예루살렘을 그려내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예루살렘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스케치하고 보여주고 있기만 하는 것이다. ˝자, 생각해봅시다˝라는 말이 없어도 저절로 그의 예루살렘 스케치를 보면서 생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으며 그것이 기 들릴이라는 그래픽노블 작가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교하고 섬세한 문학적 표현을 담고 있는 멋진 작품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기 들릴 특유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묘사하고 있는 듯한 풍경에서의 사색은 깊은 관찰과 사유에서 나온것임을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다.

 

============================================

 

 

 짬잠이 정리를 해야겠는데 이게 쉽지가 않구나.

정말 한 해의 책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치솟고 있는 중이다. 책을 올려놓고 보니 더 생각나는 책들도 있고, 저 책들과 연관지어서 올리고 싶은 다른 책들도 생각나고.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바삐 지내다보니 책장에 쌓아두기만 하고 해를 넘겨버린 책들도 생각나고.

 

 

어차피 레이스는 기니까.

훗! 앞머리와 끝머리가 연결되면 되는 글...인 걸까?

일단 무식하게 적어놓고 다시 정리를..... 할 수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