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려 1984년에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은 사람이다. 그 무렵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책도 읽은 기억이 있고... 아무튼 당시 80년대의 분위기는 온통 반공이었다. 그 후 십여년이 흐르고 우리의 국시가 '반공'인가,라는 걸 온통 떠들어대던 세상이 오기도 했지만.
뭐, 그렇게 구한말 이야기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80년대, 1984와 동물농장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독재자'라는 것 역시 우리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나폴레옹의 이야기일뿐이었던가...
21세기가 되어 달라진 것이 뭐지?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것들은 많겠지만 그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 내게 있어 조지 오웰의 재발견,이라 하겠다. 우화소설작가로만 알고 1984년이 지난 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던 작가인 조지 오웰은 내게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으로 완전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라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인가. 일단 별다른 기대없이 보편적인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던 이 책들이 나의 무책임하고 생각없는 선입견과 예상되는 기대치를 확 깨버리고 더 깊이있게 들어가게 만들어버리고 있어서인지 만족을 넘어서는 즐거움으로 책읽기를 끝냈다. 그 느낌들을 다 풀어놓기 쉽지 않지만 어쨌거나 이 책들은 기대이상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풍경들이 보이는 책들.
"다시 서울을 걸으며 깨친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모든 과거가 한결같이 '현재적'이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역사는 과거에 멈춰 있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 권의 책은 모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모두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읽기의 즐거움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