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가을이 되었나보다.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새벽에는 이불이 없으면 추위에 떨다가 잠을 깰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 밤중에 마당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풀벌레소리는 갑자기 뚝 멈추면 그 적막함이 어색해 창밖에 귀기울이게 되는 완연한 가을밤의 정취가 묻어나오고 있다.

 

 <세상에 예쁜 것>은 이 원고들 중 2000년 이후 기고한 38편을 추려 묶은 책이다. 여든 해 가까운 삶과 나날의 에피소드를, 특유의 감수성과 혜안으로 풀었다. 작가가 되기까지의 역사를 밝힌 자전적 고백에서부터 일상 속 깨달음, 이 시대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집과 자연과 모국 이야기,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글 등으로 요약된다. 독자와 나눈 대담, 강연, 초등학생의 질문지에 적어준 답, 편지와 헌사 등 다양한 자리와 형식을 빌린 글들이다.

 

왠지 깊어가는 가을과 '세상에 예쁜 것'이라는 제목과 박완서 작가님의 글들이 하나인것만 같다. 가을엔 이쁜것들이 특히 더 많아서 그런것일까.

 

그리고 이 가을에, 원래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여행다니기 더 좋은 계절이고 어느 구석에 박혀 책을 읽기에는 마음이 시리고 설레이는 계절이겠기에 [세상에 예쁜 것]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감성적인 것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편은 그래서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된다. 오히려 이 책이 봄에 나왔다면 나의 문화 유산 답사보다는 우리의 역사기행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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