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느낀 삶에 대한 최초의 두려움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벌은 죽음일 것이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린 아이들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신은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생명을 거두어 간 것일까. 이런 의문 속에 빠진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죽음이라는 낯설고 이질적인 현실 앞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재활병원은 사무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데, 조금 짧은 이들에게는 머리끝이라도 닿을만한 곳에 있다. 그래서 편한것도 있지만 가끔은 핑계대고 땡땡이치고 싶을 때 좀 더 망설여진다. 금방 갔다 올 수 있는데...

 

오늘같이 가만히 있어도 나도 모르는 새 땀이 솟아나와 또로록 흘러내리는 무더운 날, 그토록 가까운 거리라고 하지만 한번 움직이면 땀투성이가 되어야하는지라 좀 망설여졌지만 어쩌겠는가. 입맛이 없는 어머니에게 맛있는 반찬을 해다드리지는 못할망정 사무실 한켠에 있는 주방에서 냉면을 끓이고 동치미 육수를 들고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가는 걸 마다할수는 없는 일. 평소 4층정도는 가뿐하게 걸어가주셔야하는 거리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은 눈 딱 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고 1층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오늘따라 방문객이 많다. 그 방문객중에 나이드신 분이 계셨는데 다른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덥다고 하시다가 한숨을 쉰다. '생전에 내가 무슨 죄를 그리 지었길래... 무슨 죄를 그리 지었길래....'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분은 정말 자신의 전생에 대한 죄의 업보에 대해 한탄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지금 내가 겪고있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그리 큰 고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다 내가 받아들일만한 일들이니 내가 겪고 있는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문득 종교적인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뭐 아무튼. 땀나는 여름날,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여유는 없어서 어머니에게 냉면을 드리고 다시 마구 인상을 쓰면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 이건 쌩뚱맞은 곁가지 ㅇㅒ기가 되겠지만, 더운데 인상쓰면서 뭐하러 땀나게 점심때 오냐,는 말에 안그래도 인상안좋은 내가 더우니까 더 얼굴을 구기면서 다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무표정의 얼굴보다 마구마구마구 인상을 쓰고 다니면 왠지 조금은 더운느낌이 가시는 것 같기도 해. 더위가 내 드러운 인상구김에 움찔,하는걸까? ㅡ,.ㅡ

 

죄와벌,에 대한 이야기.

아, 그런데 여름에 삶과 죽음, 죄와 벌, 실패와 좌절, 악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어울릴까?

 

여름엔 그저 시원한 냉차 옆에 차고 마룻바닥에 엎디어 만화책을 읽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떠올리다보니 '강철의 연금술사'가 떠오른다. 사실 그냥 떠오른 것이 아니라 그 작가의 (이...이름을 모르겠어!) 새로운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떠오른것이다. 등가교환,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나는 무지 좋았던 작품이었으니 '은수저'라는 신간도 기대가 된다.

 

 농촌 출신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내 그리고 있는 학원물이다. 도시출신 주인공이 농고에 입학하여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작가 특유의 유연하고 흥미진진한 연출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하이켄 유고는, 도시 출신으로 기숙사 학교에 오기 위해 오오에조 농업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끝없이 광활한 대자연에 둘러싸인, 오오에조 농고의 여러 가지 모습들 속에서 당황하던 유고. 그러나 서서히 익숙해져가며 사람으로 산다는 것, 가축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농가 출신 학생들과 함께 배워나게 되는데...

 

======================== 농촌 출신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내 그리고 있는...어라?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그린 그림이네! 라고 생각하며 저자 이력을 봤더니 "1973년 홋카이도 출신. 고교 졸업 후 7년 동안 가업인 낙농업에 종사하는 한편 여러 잡지에 일러스트와 4컷 만화를 투고한 끝에 1999년 ‘제9회 에닉스 21세기 만화대상’ 수상을 계기로 상경하여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라고 나와있다. 73년에 태어나 가업인 낙농업에 종사...했구나.

뒷 이야기가 궁금해 연재만화는 완결전에 안볼꺼야,라 생각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은수저'도 그렇고 '백성귀족'도 그렇고....

지금 당장 보고 싶은데 어쩔까...

 

 

그래, 삶과 죽음에 대한 거창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이런 자잘한 일상의 고민에 빠져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뿐인것이다. 그래도 나름 제이슨 므라즈의 LIVING IN THE MOMENT를 흥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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